길음뉴타운 '걷고 싶은 도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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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층 재개발 아파트 단지의 마구잡이 개발이 우려되던 서울 길음지역이 넉넉한 도시기반시설과 대형 가로(街路)공원을 갖춘 '보행자 중심의 녹색 뉴타운'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는 2006년까지 성북구 길음동 일대 95만㎡에 들어서는 길음뉴타운을 지역 특성이 살아 있는 '맞춤형 주거단지'로 건설한다는 내용의 기본구상을 16일 발표했다.

현재 1만1천5백여가구 3만3천2백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 지역은 개발이 완료되면 1만3천7백여가구 4만1천2백여명이 생활하게 된다.

시 김병일 지역균형발전추진단장은 "길음뉴타운은 강북지역 주거 환경 개선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예정된 서울시내 20여개의 뉴타운도 이 같은 방식으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녹지공간을 갖춘 주거단지=주거중심형 시범지역답게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춘 친환경적 도시 건설에 초점을 맞췄다.

뉴타운 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인수로를 중심으로 폭 20~40m(도로 포함 30~50m), 길이 7백m 규모의 가로공원이 조성된다. 인수로 주변에 들어설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은 지하화돼 지상은 공원으로 활용된다.

이와 함께 인수로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문화공연이나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쌈지마당 5곳과 쌈지공원 3곳, 자전거 도로 등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뉴타운 안에 있는 수녀원 7천여평을 공원으로 조성, 녹지율이 25%에 이르도록 만든다는 구상이다.

金단장은 "가로변과 보행자 전용도로를 꽃과 수목으로 꾸며 북한산 경관과 조화되는 쾌적한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며 "주거단지와 공원 등은 옹벽이나 담장, 울타리가 없는 열린 공간 형태로 조성된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15% 정도 늘어나는 인구 증가에 대비해 초등학교 1곳과 중.고등 병설학교 1곳도 추가로 건설된다. 신설학교 2곳은 모두 울타리 없이 공원처럼 만들고 지하공간은 주차장이나 수영장으로 활용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행자 중심 도로.교통체계=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고 조용한 단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단지 내 차량통행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왕복 2차로(10m) 인 인수로를 정비, 곡선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또 단지 곳곳을 이어주는 폭 6~8m, 전체 길이 3.2㎞의 루프(Loop)형 보행자 전용도로를 마련해 학교와 길음역, 버스정류장을 연계하는 생활가로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단지를 연결해주는 마을버스를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재 보.차도 구분이 없는 폭 8m의 서경대 진입로를 20m로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경대 진입로~인수로와 삼양로~인수로 등 뉴타운 내를 순환하는 마을 버스 2개 노선을 도입, 주민들이 길음역이나 미아로 버스정류장까지 쉽게 오갈 수 있게 된다.

시는 기존 강북 재개발 아파트 지역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도심 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봉로 연결 확장도로와 보국문길 연결 우회도로를 각각 건설하고 미아로에는 버스중앙차선제를 도입하기로 이미 결정한 바 있다.

◆종합적인 건축 가이드라인 마련=뉴타운 전체 경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모든 가로 설계와 도로 포장, 가로등.벤치 등 시설물에 대한 디자인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한꺼번에 설치하는 방안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다.

이에 더해 아파트의 명칭뿐 아니라 아파트 외벽의 색깔, 지붕 모양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뉴타운의 통일된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킬 계획이다. 또 재개발 시행 예정 구역에 대해서는 건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뉴타운 개발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길음뉴타운 개발 기본구상에 참여한 문홍길(文洪吉) 전문위원은 "현재 건축물이 올라가는 재개발구역에 대해서는 재개발 조합과 건설 시행자들이 참여하는 건축협의체를 구성해 옥외공간 디자인과 차량 및 보행동선 등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이 같은 기본구상안을 토대로 다음달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7월에 주민공청회를 개최한 뒤 12월 실시계획 인가에 따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길음 뉴타운은 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도로.공공시설 등 기반시설을 짓고 아파트 재개발은 민간업체가 건립하는 방식으로 조성되며 사업비는 1천2백6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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