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로 가는 진로소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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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眞露)의 진로(進路)가 이달 25일 서울지법 파산부에서 갈릴 전망이다. 진로에 대한 법정관리 수용 여부에 대한 법원 판결이 이날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진로와 골드먼삭스는 자기 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법원 판결을 이끌기 위해 국내 채권자들을 상대로 치열한 물밑 세불리기를 하고 있다.

법정관리로 갈까=채권단들의 태도는 법정관리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변수는 아니지만 법원이 이를 판단 근거로 활용할 여지가 커 진로와 골드먼삭스 양쪽이 모두 국내 채권단을 상대로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진로의 자문사인 인베스투스글로벌의 김재록 부회장은 "전체 진로 채권 중 국내 채권단이 갖고 있는 비중이 68% 가량"이라면서 "현재 국내 채권기관의 70%가 법정관리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혀왔으며 앞으로 더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채권기관의 대다수가 반대해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반면 골드먼삭스는 "진로 측 외자유치 계획에 실망해 우리 쪽에 관심을 보이는 채권자들도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골드먼삭스측은 자신들이 확보한 채권이 30%가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간의 쟁점은=기업가치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골드먼삭스는 진로가 밝힌 외자유치 규모(1조2천억원)는 턱없이 저평가된 금액이어서 채권단에 불리한 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골드먼삭스 관계자는 "진로의 가치는 1조9천억~2조4천억원대"라며 "매각 대상인 진로의 일본수출 부문(JML)의 가치만 7억달러(약 8천4백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진로는 이에 대해 "외자유치를 위해 수년간 국내외 20여곳과 접촉해왔지만 이번이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진로호의 운명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국내 소주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진로의 지배권은 결국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외자유치가 되더라도 대주주인 장진호 회장의 지분은 소각 또는 감자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정관리가 된 뒤 제3자 매각을 추진할 경우에도 현재로선 국내회사가 인수할 가능성은 작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진로 측이 '우호적 투자자'로 부르는 외국계 자본이 들어온다면 현 경영진은 지분없는 '봉급쟁이 경영진'으로서의 지위는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민근 기자

<사진설명>
㈜진로에 대한 골드먼삭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진로(眞露)의 앞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진로 직원들이 법정관리신청 철회를 주장하는 게시물을 바라보고 있다. [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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