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업 풍토 쇄신의 전기|김우중씨가 내놓은 사재는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사재 2백억원 사회 환원 선언은 새시대의 새바람이 경제계에도 불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며 기업가 김우중씨로선 대단한 용단이라 볼 수 있다.
때문에 경제계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것이 기업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어떤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씨는 이번 결심이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한 것임을 수차 강조하고 타 기업에의 파급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은 사재 2백억원의 사회 환원 원칙만을 천명했을 뿐 그 용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다만 『사회 환원의 방법 및 절차는 자신이나 대우와는 무관하게 신중하고도 신속한 검토를 거쳐 이행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의 기자 회견이 시사하는 바로는 사회 환원 방법으로 국가에의 헌납이나 사원들에의 분배 등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재단에의 출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단 출연의 방법으로는 학원에의 육영 사업이나 직업 훈련 또는 과학기술진흥재단 등을 고려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관계 주무 부처 장관의 승인 사항으로 큰 문제점이 없다.
그러나 김씨가 스스로 밝혔듯이 『모든 사욕을 떨어버리고 발전 설비 회사를 위해 일생의 승부를 걸겠다』고 밝힌 이상 신설되는 재단을 통해 새 회사에 출연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법률적으로도 재단이사회의 결의로 가능하다. 그러나 그럴 경우 원본에서 생긴 과실로 공익 사업을 해야할 재단에서 85년까지는 정상화가 어려워 배당을 받을 수 없는 발전 설비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또 개인 재산의 사회 환원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한국적 풍토에서 주식을 갖지 않고 소신 있는 경영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지도 문제다.
개인 소유 재산을 명실상부하게 사회에 환원시킨 것은 지난 71년 고 유일한씨가 처음이다.
숙주나물 장사로 출발해 재산을 모았던 유씨는 유언장을 통해 유한양행 주식 전부 (당시 싯가 2억2천5백만원 상당)을 재단 법인 「한국 사회 및 교육 신탁 기금」에 기증했다.
75년에는 동국 제강 창업주 장경호씨가 불교 중흥을 위해 31억원을 흔쾌히 재단에 내놓았다. <박병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