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의 오용 방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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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떠한 약품이든 정확한 용도·용법에 따라 사용되어야하며 그에는 농약도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약품에는 약품명을 비롯한 필요 사항이 쉽고도 올바르게 반드시 표현되어야만 화를 가져오지 않게 된다.
시중에는 흔히 어느 경우에 어떻게 쓰는지도 모를 약품이 범람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농약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서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왔다.
농약의 오용으로 농작물을 망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명에까지 피해 범위가 미치는 사례가 빈번했다.
현재 공급되고 있는 농약은 용도가 엇비슷한 제품이 대부분 출처 불명인 외래어로 난해하자 표기되고 있어 사용자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농약은 종류가 너무 많고 표기가 섣부른 외래어 투성인데다 사용법이 까다로우며 약효마저 보장되지 않는 일이 있어서 일종의 무질서 상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례로 농약의 종류는 모두 4백여종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벼멸구 방제약만 26종, 도열병약은 27종, 이화명충 구충제는 무려 45종이나 되고 있다. 이처럼 번잡한 약품의 표기가 10여종을 빼고는 모두 외래어이기 때문에 농약에 관한 전문 지식이 있다해도 용도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는 농약과 제초제가 혼용되어 막대한 피해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농민의 적정한 농약 사용을 어렵게 하고 불의의 사고도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접종하고 있는 것이다.
농약 살포가 적절히 되지 않으면 농작물이나 인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여 농약 공해를 초래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쌀에 수은이 함유되어 있다든가 전답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이 농약에 오염되어 궁극적으로는 인체에 축적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지고 있다.
이 모두가 농약의 오용과 과다 사용에서 오는 폐해인 것이며 그 원인이 농약의 생산·유통 단계의 혼미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관계 당사자들은 번잡한 제품명 등 농약의 모든 표기를 알기 쉽게 하고 용기의 구조나 색깔까지도 표준화해서 보다 간편하게 해야만 한다.
오랫동안 비난을 받아오면서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행정의 이완이며 「메이커」의 횡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농약 제조상의 폐단 제거와 함께 유통상의 「서비스」 부재도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농가가 필요로 할 때 즉각 살수가 없어 농작물 피해를 그대로 보고 있어야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던 것이다.
농협은 농약·비료 등 농업용 기자재를 적기에 확보하고 공급하는 기관이면서도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여 농사에 차질을 빚게 한 때가 많았다.
특히 농약은 적기 공급을 못하면 시효가 지나 약효가 떨어지게 되므로 불필요한 농가의 부담만 안겨주게 된다.
농약을 둘러싼 여러가지 개선점을 놓고 볼 때 결코 해소할 수 없는 난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고쳐야 할 것은 하루 빨리 고쳐서 자원·인력의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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