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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 막 내려『새시대』로|새「파워·엘리트」등장, 체제개편|정치일정은 작업시간 늘어나 대폭단축 어려울 듯|과감한 개혁…「복지」에 큰 비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오늘 통일주체국민회의의 대통령선거로 11대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11대지만 사람으로는 다섯번째 대통령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작년의「10·26」사태이후 지금까지의 10개월은 국내외적으로 글자 그대로 우리에게는 시련기였어요. 이제 새 대통령을 선출한데대해 그 의미부터 얘기해봅시다.
-이번 선거로 탄생한 대통령이 임기를 다하지 않고 물러나리란 점에서 또 한차례의 과도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상으론 이 선거를 계기로 새시대에 들어서는 것으로 보아야하겠지요.
-오히려 이번 전두환 장군의 대통령선출은 과도기에 대한 종지부적 성격을 갖고있다고 보겠습니다. 한 시대를 구획 짓는 의미라고 할까….
-비록 이번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는 9대대통령의 잔여임기까지(84년12월)라고는 하지만 현재 심의중인 새로운 헌법에 따른 다음 제5공화국도전대통령이 맡게될 것이라는 국민적 여망과 기대 때문에 사실상 구시대가 이번으로 끝나게 된다고 보는 게 통념입니다.
「10·26」사태 후 문제가 됐던 것은 그전까지 존재하던 국가의 강력한 구심점이 사라져 일종의 공백상태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한때의 무질서·정치과열등으로 해서 지도력의 부재현장을 빚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사실 최규하 대통령시기에는 국가지도의 2중적 구조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그러한 현상에 일단락 지어진 점도 의미라 할 수 있겠지요.

<법통을 이은 정치적 승계>
-박대통령 서거 후 최규하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간 것은 국무총리에서 대통령권한대행을 거쳐 보선을 치른 직책상의 승계였던데 비해 전대통령은 선출형식에 있어서는 전임자와 동일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부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I최대통령이 법적승계자 였다면 전대통령은 법통을 이은 것은 물론 실권을 갖춘 정치적 승계자란 이야기가 되겠지요.
「10·26」후의 새로운 여건과 난국 속에서 새로운 지도자로 부각되어 선출된 대통령이기 때문에 전임자와는 성격이 다르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전대통령도 자신의 「새 지도자」로서의 의미와 관련해 지난번 전역식에서 식민지사관, 사대은혜의식, 무사안일주의로 특징지어지는 「구시대물결」의 퇴조를 강조한 일이 있습니다.
-군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새지도자가 탄생되었다는 점에서는「5·16」후의 상황에 비교 될 수도 있겠으나 국운개척의 결의와 국사를 다루는 솜씨 등에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공무원 숙정· 정치인처리· 각종정화과정을 보면 원칙·과단성, 그리고 추진세력의 교육과정 등에서「5·16」세력과는 엄연한 구분이 보이지요.
-그런 점등을 참작해보면 최규하 전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관료「엘리트」와 그이전의「5·16」세력 등에 대한「파워·엘리트」의 교체라는 점에 이번 선거의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전대통령은 해방 후 순수 육사정규교육을 받았고 미국에도 군사유학을 한 민주군인출신의 첫 지도자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것입니다.
-4년제 사관학교의 첫 졸업생이라는 것은 무관「엘리트」의 효시라는 뜻이 있겠고 그만큼 사회적 신망과 지지기반을 쌓았다고 할 수 있어요. 말하자면「엘리트」로서의 일반성을 인정받는 거지요.
-지금부터가「새 지도자」에 의한「새 시대」로 규정지어진다면 새 지도자에게 지워진 과제도 그만큼 큰게 아니겠습니까.
-「5·17」이후 정치·행정·사회 등 각분야에 걸쳐 정화작업을 정력적으로 별여왔는데 새 정부는 지금까지의 정화의 성과를 정착시키면서 이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사회개혁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앞으로 이 개혁작업은 사회운동으로 확대될 것 같아요. 과열과외를 일시에 멈추게·한 것이라든지 권력형부조리를 추상같이 처리한 저력으로봐 사회개혁도 대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개혁운동을 전적으로 정부기구가 맡을지 아니면 새로운 관민협의기구 내지는 민간기구가 구성될지는 분명치 않지만 적어도 이 작업이 대단한 기세로 추진될 것이라는데 동감입니다.
-국보위주도의 숙정·정화작업에 이어 이미 직장별로 자율적인 정화운동 기구가 설치되었으니까 기본조직으로는 이 기구를 활용하겠지요.
-그러한 기구를 총괄하는 중앙협의회 같은 것이 발족될 거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5·16」후에 잠시 반짝하다만 재건국민운동본부와는 다른 무엇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5·17」이후 지금까지는 국보위가 주동이 되어 숙정 또는 정화라는 형태로 사회개혁의 동기를 마련했으나 앞으로는 사회운동의 형태를 떤 자발적 운동으로 전개되리라고 보더군요.
-지금까지의 정화과정이 자극위주의 운동이었다면 앞으로는 일면 정화, 일면 화해, 또는 수습의 형태가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새정부는 최규하 전대통령이 공약한 정치「스케줄」도 아울러 인계 받았습니다. 앞으로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와 새 헌법에 따른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 정치행사가 많이 기다리고 있지요.
-정치「스케줄」의 대강은 최 전대통령이 밝힌 것을 존중하고 가능하다면 앞당기겠다는 입장이 이미 표명됐으니까 앞으로 정치부가 바빠질까요….
-내년 6월까지 끝나게 되어있는 정치적 행사를 가능하면 앞당겨 보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개헌작업등을 추진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고 느끼는 것 같더군요. 물리적인 작업시간을 고려하면 앞당긴다고 해도 대폭적인 시간단축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국회의원선거 등에 관한 전망과 관련해서 전대통령이 국보위상임위원장 자격으로 돈 안 드는 선거, 직업정치인이 판치는 정치풍토의 배제를 강조한 일이 있는데 선거제도 등에 대한 개혁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도 관심거리입니다.

<화해·수습의 형태 떨 「정화」>
-72년 유신 후 유진산 신민당당수가『그래도 평화적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있다』 고 말했습니다. 야당도 대의원들의 추천을 받아 후보로 나서면 되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는데 실제로는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그렇게 되기도 어려웠지요. 이번에 심의중인 헌법골격이라면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폭이 넓어졌습니다.
정당후보의 길을 터놓아 복수후보가 가능하니까 말입니다.
-유신헌법의 맹점부분을 이번 개헌작업에서 개선한다고 하니 기대해 보아야지요.
-이제까지 대학입시제도의. 개선, 연좌제폐지등 공약적 성격의 개선작업에 관해서도 얘기해볼까요. 또 전대통령이 지도이념으로 제시한「민주복지국가」건설이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미 심신장애자보호, 의료보험 및 보호대상확대, 노인복지대책 등 복지시책에 대한 방침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국제경제의 여건이나 각국 공통의 경제불황 등「타이밍」이 어려운 점은 있으나 복지시책에 대한 의식과 의지가 복지를 위한 국가자원배분의 우선 순위를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복지」에 관련돼 정부고위층이 6월초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낮잠 자고 술이나 마시는 사람이 굶주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복지란 뜻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생활이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걸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복지국가」의「민주」라는 것은 교과서적인 서구민주주의라기보다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전통에 어울리고 남북대치현실에서 북한공산주의를 이겨낼 수 있는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고있습니다.
-자연히 질서와 단결이 중시되는 겁니다.
I유신 때도 한국적 민주주의가 제시됐었는데 지금이 그때와 다른 것은 정의를 살리자는 집권자의 생각이 더 강렬한 겁니다. 한마디를 더 붙인다면 정의사회의 구현이라 하겠지요.
-새마을사업은 계속 강력히 추진될 겁니다. 최근기업인들을 새마을연수원에 대거 입소시키는걸 봐도 새마을사업은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하긴 각 지역으로 내려가면 새마을운동과 정화운동은 뿌리를 같이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I이제까지 제시한 걸 보면 불량주택 철거억제, 의료보험대상확대, 취로사업 확대실시 등 서민위주의 의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을 미루어 보면 공무원 처우개선도 축진 될걸로봅니다. 원천적으로 처우를 해주지 못하고 부정을 1백% 척결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적은 요구겠지요.
-월급만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하여간 공직자 사회의 부정을 뿌리뽑자면 선 처우개선이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각분야 세대교체 활발할 듯>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는데 새시대의 새 진용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최근 김용휴 총무처장관이 개각의 폭이 클 것 같다는 기자들 전망에 대해 오히려 소폭이 아니겠느냐고 연제인지 모를 논평을 했습니다. 선거 등 치러야할 일이 많고 어차피 다음 새 헌법에 따른 새출발때 대폭적인 개각이 있지않겠느냐는 논리입니다.
-최규하 전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를 보면 제일 먼저 의전수석과 공보수석비서관을 임명하던데 이번에도 같은 순서일 것 같습니다.
-대폭개각이 이번에 있지 않으면 새 헌법에 의한 대통령 취입때 어차피 커지게 되어있습니다.
내각이외에 감사원장도 임기가 끝나고 주요지역의 외교관도 이동이 있을 것 같고 7명이나 공석인 대법원에도 인사바람은 불게되어 있습니다.
-각분야에서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 같아요. 다만 지난번 공무원 숙정후 인사를 보니까 공무원에는 직업관료를 많이 기용하더군요. 정치와 국영기업체 등에 새사람이 주로 부각된다는 얘기입니다.
-정치망 가운데 여당은 새 지도자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핵심인물이 관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치질서의 재편에 도움이 되지않을까요.
-공화당은 구곡이 벗겨지고 새로운 인물과 기풍으로 재편되는 신 여당으로 국민 앞에 나설 것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한 기운과 움직임은 이미 감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활동 재개가 허용되는 대로 그 작업은 활발해지겠습니다.
-야당은 성격상 공화당과 같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정치활동이 회복되면 자체진통을 겪으면서 그 과정을 통해 야당의 좌표가 결정될 겁니다. 지금 같은 처지에서 대국민 자세도 바뀌어야하고 지도자의 결정 등 난제가 산적해있습니다.
-「5·16」후 민주당사람이 공화당으로 뛰어든 경우도 있었듯이 지금까지 신민당에 몸담았던 정치인중에서 신 여당의 대열에 포용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일부에선 그 가능성을 점치더군요. 계파정치로 복잡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가 지도부의 변화를 맞은 신민당은 앞으로 전개될 새정국 여하에 따라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으로 봐야겠습니다.
-새 지도자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변화와 격동을 겪어왔지만 지금부터 새지도이념의 구현에도 국민들의 새로운 기대와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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