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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이상과열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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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7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가 16.35포인트 오른 것을 비롯해 증시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끝나더라도 국내외 경기 좋지 않아 당분간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당초 증권업계의 분석과는 다른 모습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상황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가 상승에 의아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 때문인지 낙관적 전망으로 돌아서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의 주식시장 흐름을 짚어봤다.

◇뜀박질하는 주가=이달 들어 종합지수는 12거래일 동안 지난 9일 17.85포인트가 떨어진 것을 제외하곤 11일간 오름세를 지속했다.

16일 지수는 621.34로 지난달 17일(515.24)과 비교하면 한달새 1백포인트(20.6%)이상 올랐다. 시중자금도 일부 증시로 몰리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고객 예탁금은 전날보다 7백71억원 늘어난 10조8천여억원으로 연속 나흘간 늘어났다. 투신권의 주식형 수익증권 설정액도 3년여 만에 12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메리츠증권 유성엽 연구원은 "증시 주변 자금의 증가폭이 크지 않아 최근 장세를 증시에 돈이 많이 몰려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근 장세는 뚜렷한 선도주가 없이 군웅할거식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특색이다.

◇엇갈리는 전망=국내 증권사보다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오히려 국내 주가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UBS워버그증권의 이승훈 상무는 "최근의 주가 상승은 그동안 낙폭이 컸다는 인식에 따른 '제자리 찾기'의 성격이 짙다"며 "5월부터 본격 상승 국면에 들어가 8월까지 800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나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으며, 삼성전자.국민카드.현대자동차 등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도 일단 멈춰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15일과 16일 이틀간 순매수를 보였다. 대투증권 서한기 투자분석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와 함께 북핵 문제가 원만히 타결되고, 그에 따라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들이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린다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대니얼 류 이사는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연말까지는 83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북핵 위기가 해소되면 설비투자가 늘고, 소비도 5월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국내 투자자만으로도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정의석 부장은 "유가 하락 등 투자 분위기가 호전됐으나 2분기 이후의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주가는 65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핵 위기가 완전 해소될 경우엔 주가가 70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최근의 주가 상승은 이라크 전쟁.북핵 위기.카드채 문제 등 3대 악재로 인한 그간의 주가 하락을 만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악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본격적인 상승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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