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돼지고기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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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돼지고기·쇠고기 값이 성수기를 앞두고 또 한번의 불안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시중의 육류 가가 1근(6백9)에 돼지고기는 1전2백 원에서 1천5백 원으로 25%, 쇠고기는 3천 원에서 3친3백 원으로 10% 오른 선에서 팔리고 있다.
이는 육류공급이 부족한데서 오는 것과 정부가 금년 3월과 6월부터 각각 실시한 가격연동제가 제대로 기능을 잃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다.
돼지고기값이 크게 뛰어오른 것은 78년부터 금년 초까지 생돈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양돈업자들이 돼지를 대량 도살하거나 사육을 포기함으로써 사육두수가 격감한데 따른 것이다.
즉 전국의 돼지 사육두수는 작년6월말의 3백l7만8천 마리가 1년만인 금년6월말에는 2백3만4천 마리로 무려 1백14만여 마리가 줄어들었다.
이처럼 사육두수가 감소하자 최근에는 생돈가가 60Kg짜리 기준 마리 당 종전 5만3천 원에서 9만8천 원으로 등귀했고 당연히 도축장지 육경락가도 Kg당 1천3백 원에서 1천7백 원으로 30%가 으르고 있다.
쇠고기의 사정도 비슷하다고 한우의 경우, 사육 마리 수는 작년 6월 말의 1백73만3천 마리에서 지난 6월말에는 1백49만2천 마리로 24만여 마리가 줄어들어 역시 지육경락가가 상승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지육경락가와 「슬라이드」시키기로 한 가격연동제는 작동되지 않은 채 비현실적인 소비자가격을 명목상으로만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뒷거래를 조장하여 값은 값대로 오르면서 품귀현상만 일으키게 하고 있다.
가격연동제의 목적이 양축농을 보호하면서 가격등락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는데 있다면 그 기능을 발휘토록 하여 물량의 원활한 공급만이라도 보장하고 거래의 정상을 회복하게 해야한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육류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축산정책의 계획화가 필요하다.
육류소비의 증가 추세, 가축별 가능사육두수를 정확히 산정하고 공급의과부족을 완충할 수 있는 비축시설을 확보하는 등 계획축산이 되어야 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양축업 및 농가의 농업외 수입을 보장하면서 소비자의 부담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무계획한 축산으로 한때는 가격폭락으로 생산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곧 뒤이어는 품귀소동으로 소비자의 지출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식생활은 항상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육류수급사정에 비추어 부족 분의 긴급수입이 불가피할 지도 모른다.
육류수입으로 품귀를 막았던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므로 대응수단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육류를 지난날과 같이 대량 수입함으로써 막대한 외화를 지출하면서까지 국내의 축산기반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에 있다.
이러한 장·단점을 신중히 검토하여 당면문제를 풀어나가기 바란다.
육류뿐만 아니라 식량의 생산·소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종합농정의 테두리 안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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