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에서 경제학으로 한국 경제학 교육 100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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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는 한국에서 경제학 고등교육이 시작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학교가 개교와 함께 '이재학전문과'(理財學專門科)를 개설한 것이 1905년 일이기 때문이다.

영어 'economics'를 지금은 대부분 '경제학'이라고 번역하지만 100년 전 한국.일본에선 '이재학'(理財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선 도쿄대가 1879년 '철학정치학 및 이재학과'를, 게이오(慶應)대는 1890년 '이재학과'를 만든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재학'은 곧 '경제학'에 자리를 내준다. 보성전문이 1907년, 도쿄대의 경우 1908년 '경제학과'를 단독 학과로 개설한 것이다. 이때부터 대학 학과명으로 경제학과가 일반화된다.

'이재'(理財)는 '재물의 효율적 관리'란 뜻이고,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을 줄인 것으로 모두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쓰던 말이었다.

8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이재학과' 개설 기념 학술대회에서 '보성전문학교 시절의 경제학술활동'을 발표한 이헌창(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19세기 중반에 'economics'란 용어를 책을 통해 수입할 땐 '경제(학)'라고 번역했으나 19세기 후반 대학 학과를 만들면서'이재학'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장분석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사상에 가깝던 '이재학'이 '경제학'으로 바뀐 것은 국민경제 형성을 통해 국가통합을 달성하고 근대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려던 시대 배경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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