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리는 수로둑에 「포플러」를 가꾼다|동진농기조서 13년전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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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제평야 넓은 들판에 「포플러」숲이 늘어서 장관이다. 식목사업으로 심은 「포플러」가 숲을이뤄 주민소득에 보탬을 주고 농촌풍경을 더 한층 풍요롭게 가꾸고 있다.
「포플러」나뭇가지 사이에서 들리는 매미소리, 그 밑에서 땀을 식히고 있는 농부들의 모습은 그림같은 풍경이다.
김제∼백산∼부량∼월촌을 잇는 동진농지개량조합 관내수로변 8백여m. 20만 그루의「이탈리아·포플러」가 숲을 이뤄 하늘에 치솟았다.
동진농조가 수로에 「이탈리아·포플러」를 대대적으로 심기 시작한 것은 유휴지 활용운동이 한참 벌어졌던 68년봄.
국내에서 가장 광활한 농경지 면적을 가진 동진농조가 각 수로 제방과 저수지 주변 유휴지에 나무를 심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식목사업도 처음부터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농민들이 반대했다. 수로제방에 나무를 심으면 인접 논에 그늘이 져 벼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 나무를 심으면 참새떼가 끓어 농사를 망칠뿐아니라 제방의 떼가 폐사해 수로가 붕괴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동진농조는 농민들의 반대가 덜한 저수지 주변 유휴지부터 경제성이 높은 「이탈리아·포플러」를 심기 시작했다.
또 유수량에 비해 제방이 높고 넓은 금산·금제등지의 지선 수로에도「포플러」를 심었다.
예상했던대로 「포플러」는 수분이 많은 수로제방에서 잘 자랐다. 제방을 따라 5m간격으로 듬성듬성 심었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도 없었다.
동진농조는 71년부터 관내 금평저수지 주변 유휴지에 「포플러」묘목장까지 설치, 묘목을 자체 생산까지 했다.
13년동안 심은「포플러」는 20만그루가 넘었고 첫해에 심은 것은 이미 높이가 15m에 흉고직경이 30∼40cm나돼 금제평야의 명물로 등장했다.
지난봄 동진농조의 자체 평가로도 6억원에 이른다.
처음 수로변에 나무를 심는 것을 반대했던 농민들도 「포플러」숲이 농작물에 대한 피해가 거의 없고 8월의 뙤약볕을 막아주는등 「휴식처」가 되자 새참을 들거나 낮잠을 즐길때는 으례「포플러」그늘을 찾고있다.
동진농조는 78년 성장이 나쁜 「포플러」4천6백그루를 간벌해서 3천9백만원의 첫 수입을 올렸다. 79년에는 3백70그루, 올해는 8천6백그루를 간벌, 벌써 1억3천50만원을 조합기본재산으로 적립했다.
엄병권조합장은 『수로에 「포플러」를 심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수입보다도 수리시설보호나 농작물피해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튼튼한 제방을 식목장소로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가견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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