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전전-전 후대가 보는 한일 양국의 상호견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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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방이후 35년이 되어도 한일양국은 아직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채 「불민한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가장 가까워야 할 이웃이면서도 가장 먼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두 나라 국민의「의식의 장벽」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
본지는 앞으로 4회에 걸쳐 두 나라의 각 분야에 종사하는 전전·전후세대가 보는 한일양국의 상호 친 각을 재개, 현해탄 너머의 대화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속마음 다른 「친한」이 더 큰 문제서로 문화국민다운 식견 갖자>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위치로 보나 문화교류를 통한 의식구조의 근이 성으로 보나 서로가 터놓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뭔가 쌍방의 가슴속에 엉클어진 대립감정 같은 것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이라는 민족존망의 시련으로부터 시작하여 19세기에 들어서는 병자수호 조규·민비 시해 사건·을사오조약 같은 서구제국주의를 본뜬 가장 악랄한 수단을 거쳐 36년 동안이나 계속된 잔인한 식민정책의 그 악몽 같은 기억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저네들로서는 침략과 식민지 통치에서 얻은 한국인에 대한 우월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죠오센진」「요보스깨」의 그 비뚤어진 한국관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인이라면 미개인에게까지도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그 일본인이 오직 한국에 대해서만은 멸시의 감정을 갖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른바 「친한 인사」 중에는『빼앗은 것 있는 대상에게 가장 친절을 베푼다』는 생물학의 원칙이 작용, 자기들 이익용 위해 가면을 쓴 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구제전문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학병입대의 강요에 시달리는 몸이 된 나에게 『한국인의 생명은 한국인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바치시오. 일본인을 위한 희생, 그것도 인류에 큰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이 전쟁에 그 귀중한 생명을 바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도 어긋나는 거요』라고 타이르면서도 피할 것을 권하고, 김소운 일역의『조선시집』 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시던 일본인 W교수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일본인이라고 그 모두가 영화나 TV에서 한국인들을 짓밟던 그 악랄한 헌병이나 경찰 같은 사람만은 아니다. 극동의 밝은 내일을 위하여 서로가 문화국민다운 식견을 가져야 하겠다.

<동국대교수·동양사·59세>

<섬 나라근성 「힘의 논리」버릴 때|문화재 반출 등 잘못 반성하라>
몇 년 전 모 대학박물관 연구원이 일본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돌아와 현재 일본에 소장되고 있는 고려시대의 불화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고려 말이래 일제 때까지 수임 혹은 약탈해간 것들인데, 그 가치는 대단한 것이었다. 강연 후 현존하는 우리의 불화와의 관련 여부를 질문했을 때, 그 연구원은 국내의 작품을 직접 답사하지 못해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시사 받는다. 즉, 일본은 우리에게도 별반 알려지지 않은 우수한 고려 불화를 상당량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각 분야에 걸쳐 많은 문화재를 반출해 갔음을 알 수 있고, 또 특수분야에 종사하는 한국학자의 일본선호를 지적할 수 있다. 일본은 소위 식민사관에 의해 조작된 편견으로 해서 더욱 우월감을 갖게되고 그 전통은 아직도 일본인에게 살아 남아 있다.
흔히 일본을 가리켜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 속에는 식민지통치라는 역사적 경험에 대한 적대감정과, 또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한 지식부족의 뜻이 내포돼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일본과의 문제를 이렇게만 해결하기에는 양국 간 너무 다변화했고 밀착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를 종합할 때 일본의 속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힘의 논리」를 바탕한 섬나라의 근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일본을 알지 못하는 세대는 일본을 정확히 알도록 힘써야할 것이고, 일본에서 본받을 바가 많다는 표현이나 한일 간의 공개석상에서 일본말을 함부로 뱉어내는 일본 선호상의 일부인사들은 역사적 경험 속에서 자기를 성찰하는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과거의 환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일부일본인들도 진정한 민족 간의 의지를 신뢰하는 태도로 한국을 대해야할 것이다.

<청주사대교수·국사·31세>

<한국을 말한다|상호 이해하려는 노력 앞서야 나쁜 인식 씻게 교류 넓혔으면>
지금 한국은 ,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자칭 진보적인 인사들은 자기가 진보적인 인물이라는「레테르」를 높이기 위해 본인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방적 비난·일방적 선동 등을 서슴지 않는다.
한국을 보는 이물의 눈은 바로 이 같은 자침 진보적 인사의 마성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민족 자신의 문제는 한민족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나는 종전 때까지 오랫동안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외침 속에서도 5천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역사와 민족을 유지해온 한국의 저력을 너무나 잘 알고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이상한 나라」인 것 같은 감마저 든다.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은 놀라운 발전을 해오고 있다.
다만 그 옛날의 미풍양속 하나만은 근대화 탓인지는 거의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스튜어디스」·「호텔」 여 종업원 등이 손님에게 고개를 숙어는 것은 신분이 낮아서가 아니라 직업이기 때문에 숙인다는 사실을 이해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한일관계에서도 얼굴과 음식 등이 거의 같아 외국이라는 생각이 없어 선지 서로 예의에 벗어나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은 전혀 다른 외국간이다.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한일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왜놈」「엽전」이라는 상호인식을 씻어주기 위해서는 중·고등학생의 상호방문·수학여행·「스포츠」교류 등 젊은이들끼리의 접촉을 더 많게 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갈다.

<무장대교수·동양사·67세>

<한국인 싫어할 이유 전혀 없다「현대일본」 폭넓은 연구 바람직>
태평양전쟁이 끝 난지 벌써 35년여 지났다.
한국과 일본과의 가장 불행한 관계로 있었던 36년의 기간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상호인식은 큰 진전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바다 하나 사이에 둔 인국인 한일양국의 국민들간에는 오히려 서로 「가장 싫은 나라」 로 인식되어버린 감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인국끼리 사이가 좋지 않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더욱이 한일 간에는 불행한 지배·피지배의 시기가 있었다.
한국인이 일본을 가장 싫다고 말하는데는 물론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우리들 일본인 쪽에서는「한국이 가장 싫다」는 인식을 가져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슬프게 생각하는 것은 서로 싫은 상태인 채 그대로 지내고 있는 점이다.
서로 싫어하는데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 싫어하는 상태를 해결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일본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고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못하다.
서로 상대방을 연구대상으로 채택하여 냉철히 분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나는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한국인의 일본연구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인의 한국연구는 바로 한국인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데 참고되는 부분도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일 아시아 경제연 조사연구원·3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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