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국제행사 '에볼라 검역'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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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제발 덕성여대 국제행사 취소 좀 해주세요.”

 3일 오후 정모씨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정씨가 말한 국제행사는 서울 덕성여대에서 열리는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프리카 지역 대학생 28명이 이날 입국했다. 이들은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과 덕성여대 등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지역 참가자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가 잇따르면서 “한국도 에볼라 출혈열(바이러스)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논란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덕성여대가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 함께 개최하는 국제대회가 논란에 불을 붙였다. 당초 이 대회에 아프리카 11개국 대학생 3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학교 측은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한 나이지리아 출신 여대생 3명의 참석을 취소했다.

 그럼에도 인터넷과 SNS엔 행사 개최를 우려하는 글이 수천 건씩 올라왔다. 일부에선 행사 전면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덕성여대는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연 뒤 “에볼라 관련 반응이 비과학적이고 지나친 우려라고 판단해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달 국내에는 각종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4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이달 초 열리는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카메룬·콩고·가봉 등 아프리카 8개국 31명이 지난 1일 방한했다.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MC)에도 아프리카 학자들이 일부 참석할 예정이다. 회사원 이윤진(30·여)씨는 “ 한 명이라도 감염될 경우 우리나라도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앞서 민간봉사단체인 ‘굿뉴스 의료봉사회’는 에볼라 감염 우려가 제기되자 6~17일로 예정돼 있던 서아프리카 국가인 코트디부아르·가나 방문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3463명의 아프리카인이 국내에 들어왔다. 여기엔 에볼라 발생 국가인 라이베리아(18명)·기니(9명)·시에라리온(3명) 등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검역에도 비상이 걸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4일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연 뒤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에볼라 관련 정보를 선제적으로 알려 근거 없는 괴담 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에볼라는 발병한 사람, 동물의 혈액·분비물과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33) 박사의 귀국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WHO, 비상사태 선포 검토= 6일부터 긴급회의를 열고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방안을 검토한다.

정강현·이서준·장혁진 기자

[사진 뉴시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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