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미래] SciArt 대학로 축제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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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4월 20일.과학이 서울 대학로로 뛰쳐 나온다. 과학의 날인 21일을 하루 앞둔 일요일에 대학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고 '거리과학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만든 인간형 로봇들과 팬터마임 배우가 함께 벌이는 공연, 과학 영화와 연극, 과학 퀴즈 대회, 가족끼리 겨루는 각종 과학게임들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과학의 날을 맞아 거리에서 대규모 행사가 벌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 그간은 과학관 등에서 실험실습 체험 이벤트 등을 하는 정도였다.

축제의 주제는 '함께 즐기는 과학'이다. 최영환 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축구를 못해도 얼마든지 붉은 악마가 될 수 있고, 팬이 많아지면 축구는 발전한다"며 "마찬가지로 즐기는 과학 행사를 꾸며 과학 팬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의 '재미'에 신경을 썼다. 과학 개그 콘테스트나 '춤추는 과학강사'로 알려진 장하나(28)씨의 과학 강연 등이다.

'과학 코스튬 플레이'도 마련했다. 미래를 무대로한 게임의 캐릭터와 역사 속의 과학자들로 분장한 사람들이 수시로 대학로에서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꾸미기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들도 있다. 당일 오전 신청을 받는 '달걀을 살려라'가 대표적이다. 나무젓가락과 빨대로 충격 방지 기구를 만들어 달걀이 잘 깨지지 않도록 하고는 소방 사다리차에 올라가 떨어뜨리는 게임. 물론 안깨지는 최고 높이를 기록한 팀이 우승이다.

축제의 특징 또 한가지는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사이아트(SciArt)'. 과학을 소재로 한 연극 공연, 과학을 바탕으로 한 미술품 전시와 음악 공연 등을 준비했다.

거리 전시 미술품의 예를 들면, 컴퓨터 화면 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치는데 관객이 화면상의 물고기가 나타난 곳에 손을 대면 물고기가 놀라 도망치는 식이다.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미술품을 만들었다는 것 뿐 아니라 미술품과 일반 관람객이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작가 양민하씨의 말이다.

과학 연극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달 초부터 대학로 문예진흥원에서 공연 중인 연극 '산소'는 연일 매진이다.

'산소'는 라부아지에.프리스틀리 등 비슷한 시기에 각각 독립적으로 산소를 발견한 세명의 과학자를 놓고, 과연 누구의 업적으로 해야 하는지 논란을 벌이는 내용이다.

20일의 행사와 같은 '과학의 거리 출동'은 지난 10일 시작됐다. 과학문화재단과 영국문화원이 꾸민 서울 지하철 4호선 '과학열차'가 그것이다. 8량의 내.외부를 바이오.나노.우주과학 등 첨단과학 관련 전시물과 그림으로 꾸몄다. 차량 안에 모니터를 설치해 동영상 과학 강의도 한다.

한국과학문화재단측은 "앞으로는 과학의 날이 아니더라도 이같은 행사를 수시로 열어 과학 저변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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