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활용에 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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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내 각급 국·민영기관에서 「컴퓨터」이용이 급증하고 있으나 한글·한자 입출력방법이 통일돼 있지 앓아 기관간에 자료의 상호이용이 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유관기관 사이에 필요한 자료를 교환해 사용하려면 「컴퓨터」간의 통역작업(Conversion)을 거쳐야 하는 데다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효율적 이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업무요원이 입출력방식이 다른 근무처로 옮겨갈 경우 상당기간 재교육을 받아야하는 등 기술인력 활용상에도 어려움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웃 일본의 경우 이미 78년에 일본공업규격(JIS)으로 일본이 입출력방식을 통일시켰다고 지적, 우리나라도 이 같은 표준화작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멀지않아 행정 및 업무전산화 추진에 큰 혼란이 일게된다고 우려하고있다.
29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중인 「컴퓨터」는 4백27대에 이르고 있으나 기종만도 20여종에 이르는 데다 특히 한글입출력방법은 「컴퓨터」마다 달라 무려 15가지로 나눠져 있다.
일례로 정부기관가운데서도 내무부가 IBM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반해 국세청은 CDC방식을, 정부전자계산소는 「유니백」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행정업무전산화가 완성된다해도 내무부가 정부전자계산소의 「컴퓨터」에 들어있는 전국토지대장「파일」을 직접 참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무부는 따로 전국토지대장 「파일」을 갖고 있거나 정부전자계산소의 토지대강「파일」을 재천공해서 쓸 수밖에 없다.
또 현재 국세청에서 전국의 가족단위 세원포착을 위해 내무부의 전국주민등록 「파일」을 이용하고 있는데, 두 기관의 「컴퓨터」사이에 직접 대화가 안돼 내무부의 IBM방식을 국세청의 CDC방식으로 통역해 쓰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한글입출력 방법이 서로 틀리는 이유는 외국「컴퓨터」제작회사들이 각기 자기회사의 제품시장을 넓히기 위해 독자적인 한글 입출력 장치와 자판을 만들어 팔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KS규격화한 입출력 방법이 확정되지 않아 각기 다른 제품을 선별 없이 도입, 제나름대로 첨삭해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74년에 잠정 제정된 한글입출력「코드」가 있긴 하나 실제와는 거리가 먼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한국과학기술 정보「센터」유경희 전산실장은 『한글입출력 방법의 표준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혼란을 막고 경제적인 「컴퓨터」운영을 할 수 있으며 외국과의 통일된 자료교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이기식차장도 『한글입출력표준화는 국산「컴퓨터」의 개발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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