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녀봐야 휘발유만 든다"…공항에 빈 「택시」들 장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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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빈 「택시」들이 2백여m씩이나 줄을 잇고 선다. 장거리 손님이라도 태우기 위해 보통 3∼4시간씩 기다리고 서 있는 김포공항 주차장의 요즘 모습. 마치 자동차공장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차량대열 같다.
불황과 절약풍조로 「택시」승객이 줄어들자 운전사들은 『돌아봐야 휘발유만 든다』며 『장거리 승객이나 태우겠다』고 마냥 기다린다.
운전사들은 4∼5명씩 모여 앉아 잡담으로 무료한 시간을 쫓는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 봐야 하루 4천∼5천원 벌기도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말이다.
더군다나 「콜·택시」운전사들은 더욱 어렵다. 일반 「택시」도 손님 구하기가 어려운데 요금이 배나 비싼 「콜·택시」를 타겠다는 손님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콜·택시」는 이 바람에 일반「택시」와 같은 요금을 받으며 변칙영업도 불사한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자 발붙일 곳을 잃다시피 하고 있다.
「콜·택시」운전사들은 아침부터 아예 공항으로 출근(?)하기도 한다. 회사와 서울역 광장·공항 등 3곳 외에는 주차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N「콜·택시」소속 서울1자2408호 운전사 오진환씨(29)는 손님도 없는 시가지를 줄곧 돌아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공항에 기다렸다 손님을 태워 가는 것이 휘발유라도 절약된다고 했다. 글=이석구기자 사진=최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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