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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현 상공장관은 말한다 | 대담…김경철 본사 경제부 차장 | "『안정』 해치지 않는 범위서 긴축에 신축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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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병현 장관 임명소식을 듣고 신장관을 아끼는 주위에서 중앙은행 총재직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모두다 의외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한은 총재직을 마지막 봉직의 기회로 생각했습니다. 별 해놓은 것은 없지만 보람을 갖고 열심히는 했습니다. 6·25이후 그 어려운 시절을 한은에서 보내서 그런지 무척 애착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상공부를 맡아달라기에 처음엔 사양했습니다. 과연 잘해 갈 수 있을까 하고 많이 망설였지요. 결국 맡았습니다만 기왕 맡았으니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심 성의껏 일해보겠습니다.
-금융 「사이드」에서 실물경제 「사이드」, 그것도 돈을 많이 내도록 주장해야 하는 상공부를 맡아 입장이 바뀐 것 같습니다. 한은 총재 땐 긴축의 기치를 높이 들어 완고한 긴축론자로 공인되지 않았습니까.
▲한 나라의 경제정책이 장관들의 자리바꿈으로 바뀔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자리를 바꾸었다고 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겠느냐 하는 경제를 보는 기본적인 시각이 달라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현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정책도 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은 총재 재직시는 투자·소비 등 모든 면에서 과열·과잉현상이 일어나 긴축정책의 필요성이 높았고 금융도 거기에 맞추다보니 저에 대해서 긴축론자라는 「레텔」이 붙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경제에 대한 기본시각은 달라진 것은 없지만 초과수요가 문제가 됐던 옛날과 수요부족이 심각한 지금과는 정책대응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상공부 장관으로서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 하는데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어요.
▲이미 말씀 드린대로 정부에서 긴축정책을 강행했을 때와 지금의 경제현상은 크게 다릅니다. 제가 상공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기 훨씬 전부터 경제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긴축의 효과랄까 결과가 여러 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물가상승은 다소 둔화된 대신 상반기 성장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5월 경기예고지표가 사상 최저 수준인 0.4%로 내려갔습니다. 물론 그 동안 국내 소요사태 등 사회여건의 변화도 있고 해서 이 같은 경제현상을 일반적인 추세로 보아야 하느냐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과거대로 긴축정책은 계속 밀고 나가야할지 선택이 어려운 시점에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앞으로 경제현상에 맞도록 자금계획에 신축성을 보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점에 관해 정책적으로 고려단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당면한 국제수지 방어가 긴요하기 때문에 안정을 해치지 않은 테두리 안에서 산업정책도 짜여져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업계는 당장 하반기 자금사정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업계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을 잘 알지만 IMF (국제통화기금)와의 관계 등 여러 제약 때문에 정부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관계당국에서도 별도 대책을 강구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출정책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수출 「드라이브」를 재개하기 위해 어떤 자극책이 필요하다는 건의도 있었습니다만….
▲우리 성장을 주도해온 수출 「드라이브」정책은 계속 밀고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수출을 촉진시키는데는 직접지원보다 환율조정과 같은 간접지원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중화학 제품의 수출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연불수출금융의 재원확보와 효과적인 운영이 큰 과제라고 봅니다.
수출입은행에서 외국으로부터 비싼 이자로 들여와 싼 금리로 대출해주어야 하는 연불수출금융을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느냐도 재검토해야 합니다.
-정부는 중화학 수출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너무 자랑스러워하고 경공업에는 소홀한 감이 있는데요.
▲산업구조의 고도화는 하나의 목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너무 인위적으로 해도 곤란합니다.
경공업도 질을 높이고 양을 확대하면 성장 가능성이 많은 분야가 얼마든지 많습니다. 중화학공업·경공업간 조화가 요망된다고 하겠습니다.
-거대한 흰 코끼리같이 되어 있는 중화학공장들을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다 살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을 싹 뗄 수도 없는 그야말로 진퇴유곡이 아닙니까.
▲우리 경제가 성장과정에서는 정부에서 기업을 키웠으나 이제 정부가 도와주기는 기업이 너무 커졌습니다.
과잉중복투자로 문제가 되어 있는 부문도 있으나 정부로서는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 선별 지원하고 나머지는 탈락시킬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자원의 한계 때문에 어차피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투자조정문제인데 업계의 자율적인 조정이 바람직하고 정부가 개입하여 취사선택하는 방식을 될 수 있는한 피할 생각입니다.
-중소기업의 활성화 방안에 관해….
▲한은 재직시부터 진지하게 생각해본 문제입니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한 공장에서 모든 것을 다 하려하기 때문에 「퀄리티·컨트롤」 등도 잘 안되고 전문화도 더딥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공업국에서는 대기업·중소기업간 수직계열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기반위에 대기업이 서있는 셈입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적극 활용, 중화학 못지 않게 중소기업문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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