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학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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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학 강의실에도 VTR시설을 통한 「TV수업」이 등장했다.
「버스」를 타고 본교와 단과대학사이를 오가며 강의를 받는 「통근수업」도 생겼다.
책걸상을 들고 강의실을 찾아다니는 「이동수업」이 있는가 하면 주간대학에 「밤 강의」도 있다.
대학마다 특성을 살린 수업방법이 아니라 모두가 잘못된 정원정책의 부산물이다.
수용능력도 없는 지방대학들이 한꺼번에 많은 입학정원을 배정받고 생긴 소화불량증을 해결하자니 별의별 처방이 다 나왔다.
주간대에 야간강의
74년부터 우리 나라 대학입학정원 정책에는 하나의 불변율이 생겼다.
『서울시내 대학증원은 일체 불허한다』는 것.
이에 따라 77년 이후에는 서울시내 대학은 야간부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단 1명의 증원도 없었다.
대학정원 정책이 교육적 차원이 아닌 수도권 인구억제 시책을 이유로 좌우되면서 내실 없는 지방대학의 「이상비대」현상을 유발하고 지방대에 비해 인적·물적 시설이 월등한 서울시내 대학들은 「반유휴」 상태를 면치 못했다.
이 같은 종래의 인위적 정원규제책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키 위해 국보위는 대학의 좁은 문을 완전히 열어 젖히고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되 국가관리 졸업자격시험을 실시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우리 나라의 대학 취학율은 13.1%. 대학에 진학하여야 할 연령층 1백명 중 13명이 대학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학 취학율 66.7%, 일본 35.6%, 「프랑스」 24.5%, 영국 20.3%, 서독의 19.8% 등과 비교할 때 형편없이 뒤떨어진다.
교육전문가들은 우리 나라 처럼 별다른 자원이 없는 나라일수록 고급인력을 개발, 두뇌산업과 정보산업을 발전시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장 50% 증원 가능
교육관계자들은 지금의 시설이나 교수 확보율(89.3%)만으로도 현재 대학입학정원 (20만5천8백35명)의 50%정도는 증원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일제 수업이나 대학시설을 「풀」로 가동할 경우 서울시내 대학은 현 입학정원 (4만4백50명)의 1백%까지도 증원할 수 있다고 한다.
금년 초 한국교육개발원은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인력수급을 감안, 81학년도의 대학정원을 24만명으로 추정했고 91학년도에는 현재보다 17만여명이 증가한 37만명으로 잡았다.
게다가 우리 나라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기대교육수준도 높다. 경제기획원 조사에 따르면 아들의 경우 56.3%, 딸의 경우 33.6%가 대학교육을 꼭 시키고 싶어한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늘어나는 교육수요에 맞춰 대학정원을 단계적으로나마 크게 증원한다는데 이론은 없다.
그것은 대학교육이 대중화되는 세계적 추세로 보거나 선진국에 비해 고등교육인구가 적은 실정에 비추어서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의 문호개방과 졸업정원제가 과열과외를 비롯한 비정상적 교육현실을 바로 잡는데 얼마만큼 기여할지는 단언할 수 없다는 우려도 많다.
자칫 일류대학 집중현상을 빚어 대학의 균형발전이 깨지고 졸업장을 갖기 위한 「대학과외」까지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보위에서 제시한 국가관리 졸업자격시험을 실시할 때 합격율이 1백%에 이르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50%도 안 되는 대학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일정수준이하 저질대학은 2년제 전문대로 과감히 전환하거나 자연 도태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함직 하다는 견해도 많다.
▲이상주 교수(서울대 사범대)
대학정원은 선별적으로 증원, 여건이 좋은 대학에는 1백%이상 증원해도 괜찮다. 그러나 「원하지도 않는 정원 증원」때문에 소화불량에 걸리는 대학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졸업정원제 빠른듯
졸업정원제는 대학을 완전히 개방, 보편교육을 실시하자는 이론인데 우리로서는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완전히 대학의 문을 열어놓고 있는 대학은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시 지역뿐이다.
대학교육은 ①「엘리트」교육단계 ②대중교육단계 ③보편화단계로 나눈다.
아직 우리는 「엘리트」교육단계에서 조금 앞으로 나가고 있다. 미국은 현재 보편화단계로 완전히 접어들고 있다.
성급히 대학을 개방했다가는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또 교육 「인플레」를 유발한다.
▲이종근 교장(덕성여중)
대학의 정원을 현재보다 2∼2.5배쯤 대폭 늘리는 대신 졸업 때 국가관리시험을 치르도록 하자.
대학정원을 늘리면 대학의 질이 떨어진다고 우려하지만 「학사고시」를 국가가 실시하면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 수 있다.
졸업정원제는 너무 탄력성이 없다.
또 대학졸업자를 고용할 때도 이력서에 출신대학을 기입하지 말고 학사고시 합격연도를 기입토록 해서 소위 「1류」 「2류」라는 고질적인 관념을 씻어 없애야 과열 경쟁이 해소될 것이다. <김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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