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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식중독은 끓여먹어도 안심 못해 | 민병석<카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내과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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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넓은 의미의 식중독은 ①세균에 의한 것 ②독버섯이나 복과 같이 고유의 독소에 의한 것 ③중금속에 의한 것 (「이따이이따이」병 등)으로 분류되나 가장 흔한 것이 세균에 의한 것이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주로 포도상구균·「비브리오」균·「살모넬라」균 등이다. 포도상구균은 인체의 피부 표면에도 있는 세균으로 특히 상처가 생겼을 때 증식되면서 화농을 일으키는 작용을 하며 「비브리오」균은 흔히 해산물에 묻어 있고 「살모넬라」균은 장「티푸스」균과 비슷한 병원체로 인체나 동물의 장내에서 증식한다.
이 세 가지 세균 중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 가장 흔한 것이지만 해산물을 많이 섭취하는 일본에서는 「비브리오」균에 의한 것이 전체 식중독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 세균들이 식중독을 일으키려면 더운 기온 하에서 음식물에서 증식하여 상당히 많은 수가 인체 내에 들어와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1차로는 음식물의 보관 과정이 문제고 2차로는 인체의 저항력과 관련이 있다. 같은 수의 세균을 섭취하여도 어떤 사람에서는 아무런 증세도 일으키지 않는 반면 어떤 사람에서는 심한 증세를 일으킨다.
세균들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과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세균 자체가 장을 침범해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살모넬라」균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세균 자체가 장에 침입하지는 않으나 장 독소를 분비하여 장에서 음식물 섭취를 방해하는 것으로 포도상구균 및 「비브리오」균이 그 예가 된다.
전자의 경우에는 음식물을 충분히 끓여서 섭취함으로써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으나 후자의 경우에는 독소가 열에 의해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끓인 음식을 섭취해도 식중독을 일으킨다. 따라서 음식물의 취급과 보관 과정에서 세균이 증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예방방법이다.
식중독의 증세는 대개 「토사 곽란」으로 나타난다. 포도상구균인 경우에는 음식섭취 후 1∼6시간 후에 발병, 증세도 24시간 가량 계속되나 「비브리오」균은 12∼24시간 후에, 「살모넬라」균은 24∼28시간 후에 발병하여 수일 계속되며 증상도 더하다.
경한 예에서는 설사와 구토가 주증상이나 심한 예에서는 오한과 고열로 발병하여 수십번의 설사와 구토로 탈수상태에 빠지며 복통으로 인해 진통제를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식중독의 치료 원칙은 금식하고 토사로 잃어버린 수분과 염분을 「링게르」주사로 보충하는 것이다. 토사의 양에 따라 하루 3ℓ이상의 「링게르」주사를 요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병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링게르」주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끓인 물에 소금 2g (차 수저로 2분의 1)과 중조 2g, 설탕 30g (큰 수저로 2)을 섞어서 마시도록 한다. 병원체가 된 세균에 따라서 항생제를 복용 또는 주사하는데 주사전 이들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나 없나를 확인해야 한다. 세균들이 완전히 배설되기 전에 지사제를 사용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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