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 신학교 난립…종교품위 손상 | 그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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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독교계의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이 드디어 교계 밖의 사회문제로까지 부상됐다. 이것은 최근 각 사설 종교문제연구소의 실태발표와 정부관계당국의 현황조사 등으로 공개 노출됐다. 문교 당국이 79년 1월 현재로 조사한 무인가 신학교 수는 총 1백92개교. 이들 무허 신학교는 대체로 서울·부산 등에 집중돼 있으며 ▲대학원=7 ▲교단운영 신학교=80 ▲사설 신학교=1백5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무인가 신학교들이 졸업생으로 배출하는 무자격 목사 수는 연 7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비해 정식인가를 받은 정규 신학교는 ▲4년제 신학대(대학원)= 9▲신대에 준하는 신학교=9 ▲일반대 신학과=5개 등으로 모두 23개교에 불과한 실정이다.
무인가가 인가의 8배나 되는 이 같은 신학교의 난립 실태는 한 마디로 일대 국가의 교육질서를 크게 흔드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입예비고사나 정상적인 교육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입학해 적당히 목사 안수(자격증 수여)를 받는 무허 신학교의 졸업생 배출은 자칫 「가짜 성직자」를 양성하는 결과를 초래, 기독교 본연의 종교적 품위를 손상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교계안팎의 견해다.
구미 선진국에서의 성직자가 되는 길은 문자 그대로 수도와 형설의 공을 쌓는데 비해 한국 기독교의 무허 신학교의 목사양성은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이들 선진국의 신학교들은 우선 4년제 일반대학 졸업 후라야 입학할 수 있는 입학자격에서부터 속세의 위에 서는 종교의 신성성을 중요시한다. 영국의 경우 국교인 성공회를 비롯, 각 기독교 교파들이 교단자체에서 목회자 안수를 주는 과정이 일반대학보다 훨씬 까다롭고 어려운 절차를 거친다.
신학교 졸업 후에도 신부나 목사의 자격시험을 치르고 몇 년 동안 실습기간을 거쳐야 목회의 자격이 부여된다. 마치 전문의의 양성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최근 한국종교연구소 (소장 김종일)와 국제종교문제연구소 (소장 탁명환) 등이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금년 1∼3월말까지만도 전국에서 46개의 무허 신학교가 우후죽순처럼 설립돼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년에 신설된 신학교는 ▲대학원=9 ▲대학=3 ▲전문학교=6 ▲신학교=28개로 개중에는 석사과정은 물론 철학박사과정까지 두고 있다고 이 조사는 밝히고 있다.
이들 무인가 신학교는 월 5만∼10만원 (대학원은 20∼30만원)씩의 등록금을 받고 있으며 6개월∼4년을 지나면 석사·박사학위에 목사 안수까지 준다는 것.
입학자격은 특별한 제한규정이 없고 학교측이 인정만 하면 입교할 수 있고 정원도 없다.
이들 신학교의 학과는 신학·목회학·기독교육학·의료선교학과 등 그럴듯한 학과는 물론 여성들을 위한 사모과, 특정인을 위한 별과 등 상식 밖의 괴상한 학과까지 두고 있다는 것.
이밖에 6개월「코스」의 속성과, 교역과를 비롯, 통신교육으로 학위를 주는 통신과 등이 있으며 학생을 많이 받기 위해 심한 경우 웬만한 일반대학보다 훨씬 많은 24개학과나 두고 있다는 것-.
한국종교연구소가 밝힌 바로는 무인가 신학교는 서울에 68% (2백개교)가 집중돼 있고 지방에는 경북=22, 경기=19, 충남=17, 부산=14, 전남=7, 전북·충북=각 6, 강원=4, 경남=2개교다.
교단별로는 장로교 계통이 전체의 63%인 1백94개교로 가장 많고 다음은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계의 순이다. 이 같은 신학교의 난립은 한국선교 1백주년을 4년 앞둔 기독교단의 분열을 조장하고 사회병리현상의 하나인 불건전한 사이비종교의 출현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무허 신학교와는 달리 정식 인가된 신학교에서는 선진외국에 못지 않은 철저한 교육과정을 거쳐 목사 안수를 주고 있다. 기독교 장로교단의 경우 4년제 신학대의 졸업과 동시에 12과목으로 돼 있는 엄격한 준목고시를 거쳐 3년 동안의 전도사 목회경력을 쌓은 후에야 비로소 노회의 목사 안수를 받는다.
신학교 난립의 원인으로는 ▲교단운영에 따른 목사 수요의 증대 ▲신본이 아닌 교권·권위주의의 부각 ▲성직의 일반직업화 ▲신학사상의 혼란 ▲교회의 영리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조항 때문에 당국도 쉽사리 손을 쓰지 못해 온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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