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술의 미국 추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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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제2의 자동차 「메이커」인 「포드」가 일본 「도요따」 (풍전) 자동차와 미 「암코」사가 일본의 신일철과 각각 자본 및 기술 제휴를 하기로 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미 미국의 가전명문인 RCA도 일본의 「마쓰시따」와 업무 제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미일 기업의 자본 및 기술 제휴는 미일 양국간의 무역 마찰을 완화하고 선진 공업국간의 산업 협력을 도모한다는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기업의 조락과 일본 기업의 약진을 뜻하는 것이다.
2차 대전 후 미국의 지원 아래 재건을 시작한 일본 기업들은 전후 30여년이 지나는 동안 미국 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길러 이젠 오히려 미국 기업들을 도와주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의 거대 기업들은 한결같이 조락의 길을 걸어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에 패퇴함은 물론 미국 국내 시장 조차도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자가 스승을 앞서는 청출어람 현상인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약화는 미국의 만성적 국제 수지 적자와 무역 마찰 또 이로 인한 보호주의 「무드」를 고조시켰고 이 때문에 미·일 기업간의 제휴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앞서고 있는 산업은 항공우주·대형 「컴퓨터」 등 고도 기술을 요하는 몇몇 분야 밖에 없는 형편이며 이나마도 일본과 서구가 바짝 뒤쫓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작년부터 연구 개발 투자를 대폭 늘려 기술 혁신을 서두르고 있으나 워낙 오랫동안 등한히 했기 때문에 단시일내의 만회가 어려울 전망이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내년쯤 미국 대기업들의 연구 개발 투자는 2백38억「달러」로서 전년보다 19%나 늘렸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절대적 우위를 점했던 미국 기업들이 70년대 후반부터 쫓기는 입장에 몰리게 된 것은 미국에서 개발된 원천 기술들이 일본·서독 등으로 확산되어 초기의 높은 제품 차별화에 의한 독점 이익이 소멸된 대신 일본·서독 등에서 원천 기술을 소화 개량하여 생산 「시스팀」에 효율적으로 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뒤퐁」이 개발한 「나일론」등 화섬, RCA의 「컬러」TV,「포드」의 자동차 등이 좋은 예인데 이들 제품들은 모두 미국에서 발명되었으나 오늘날 세계 시장을 휩쓰는 것은 일본 제품이다.
미국이 원천 기술의 효율적인 대량 생산화에 실패한 대신 일본은 성공했기 때문이다.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선 원 천기술의 발생과 아울러 이를 생산 면에 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현재도 연 3∼5억「달러」어치의 기술을 수입하고 있으며 GNP에 대한 기술 투자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미국은 10년 전에 GNP의 3%를 기술 개발에 투자했으나 지금은 2%선으로 낮아졌다.
미국이 고도 기술 분야에선 일본과 EEC제국에, 표준화 제품에서는 개발도상국에 추월 당하는 것이 모두 이런 기술 투자의 부진에 영향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들어선 획기적인 신제품의 발명은 적지만 기존 기술을 진보시킨 중소형의 개발은 눈부신바가 있다. 「에너지」난 시대와 더불어 이 부문의 개발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얼마큼 신 수요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품화로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기업의 부심이 결정될 것이다. 기술이 월등하면 불황 중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이며 이는 국민 경제의 우열로 직결된다.
오늘날 세계적 불황 중에서도 서독과 일본이 비교적 안정을 누리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미국 거대 기업들이 그들이 손잡고 키웠던 일본 기업들의 부축을 받지 않을 수 없게된 경위와 현실을 똑바로 보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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