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의 식품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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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복철을 맞아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신이 나른해지는 이런 절기일수록 조심해야할 것은 식중독이다.
여름철만 되면 보사당국은 으례 식중독주의보를 내리고 계몽을 펴지만 해마다 식중독환자는 1천여명이나 되고 그 가운데 20여명은 목숨마저 잃고 있다.
음식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막는 길은 식품의 제조·가공·저장·조리의 전 과정을 통해 청결이란 조건을 엄격히 지키는 것뿐이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이러한 수칙은 가정에서는 그런 대로 지켜질 수 있지만 대중음식점이나 구내식당 등에서 잘 이행되지 않아 자주 식중독사고의 원인이 되고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음식점이나 식품접객업소의 위생관리가 거의 영점에 가깝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음식물을 취급하는 주방은 조금만 관리가 소홀해도 각종병균이 활동하기 쉬운 곳이지만,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외형적인 시설에는 치중하면서도 정작 주방이나 조리사들의 위생점검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특히 음식을 담는 식기관리가 지극히 소홀해서, 세탁용 세제로 설겆이를 하는 것이 예사고 그나마 물도 자주 갈지 않아 구정물에 그릇들을 한두 번 헹구고 마는 일이 보퉁이라는 것이다.
유통과정에서부터 변질된 생선을 재탕·삼탕하는가 하면 심지어 전기를 아낀다고 밤엔 냉장고마저 끄는 음식점이 있다고 하니 이러고서도 식중독환자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이 도리어 기적에 가깝다고 아니할 수 없다.
식중독이라면 흔히 세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세균만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식품첨가물 등 화학약품으로 인한 것도 있고 버섯이나 감자·과일 등 자연식품도 잘못 섭취하면 식중독을 일으킨다.
그러나 매년 발생하는 식중독환자의 42.7%가 장염「비브리오」균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에서 입증되듯 세균 이식 중독의 가장 무서운 주범인 것이다.
어패류에 들어있는「비브리오」균은 끓이기만 하면 죽기 때문에 날 생선을 먹지 않으면 예방을 할 수 있지만 조리사의 상처에서 옮겨지는 포도상구균은 단순히 끓여먹는다든지 식품의 과학적 보존만으로 방지하기 어려우므로 조리사나 주방종업원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또 음식을 실온에서 오랫동안 보관하면 포도상구균이 증식하면서 많은 양의 장독소를 생산, 이를 섭취할 경우 식중독에 걸릴 확률은 1백%라는 것이다.
보건당국의 대중음식점이나 접객업소의 소홀한 식품관리에 대한 겉치레 감시도 물론 큰 문제다.
현재 전국에는 5백41명의 감시원이 있으나 이들만으로 14만여개소나 되는 식품제조·가공 및 판매업소와 접객업소에 대한 유효한 단속을 펼 수는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불량식품이 국민보건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제구실을 할만큼 감시기구를 강화해야겠지만 그에 앞서 대소접객업소가 스스로 자체위생점검을 철저히 하도록 계몽하는 일이 필요하다.
한나라의 식품관리상태는 그 나라의 문화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문화국민의 긍지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불량식품을 추방하고 모든 음식점들이 식품관리를 철저히 하는 기풍이 뿌리를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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