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불은 우리가 끈다 충북 청원군 오창면 의용소방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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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웨엥…웽』
의용소방대의 사이렌이 울려퍼지자 차를 몰던 운전사, 손님을 받던 구멍가게주인, 풀베던 농부들이 사이렌 소리가 멎기도 전에 몰려들었다. 대원들을 태운 소방차가 비상 「라이트」를 켜고 달려 나간다. 「택시」「트럭」 「오토바이」가 줄줄이 뒤따른다. 「택시」 운전사인 대원은「택시」를 몰고,「트럭」운전사는 「트럭」을 몰고 온다. 「택시」3대, 「트럭」2대, 「오토바이」5대.「전국제일」을 자랑하는 충북청원군오창면의용소방대의 출동이다. 발령에서 출동까지 소요시간 단5분. 오창면의용소방대의 역사는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오늘날 자력으로 소방차와 동력소방「펌프」 전자 「메거폰」 등 면소재지이면서 소화전(전)까지 갖춘 전국 제일의 의용소방대로 발돋음하기는 76년부터.
오창면은 면사무소재지에서 가장 먼곳까지가 16km나 된다. 불이나 출동을 해도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불이 다 타꺼져 버린뒤. 허망하게 되돌아 올수밖에 없었던 대원들은 어떻게든 소방차를 마련해야 겠다고 작정했다. 기금모으기에 나섰다.
30명대원이 공사장일은 물론 돈이 된다면 면내뿐만 아니라 저주시의 하수구청소에 이르기까지 원정을 다녔다. 30명이 하루 10만원정도를 모을수 있었다. 77년9윌이 되자 기금은 1백50만원으로 불어났다. 군비 1백만원을 보조받아 「지프」를 개조한 소방차를 구입했다.
대원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노력의 곁실을 눈으로 본 대원들은 매일 하루 돈벌이 공용작업에 앞장섰다. 매달 민방공훈련때마다 간부는 2천원, 대원들은 1천원씩 기금모으기를 꾸준히 계속했다.
기금이 모이는것과 함께 숙원이던 소방장비도 하나하나 마련했다. 야간화재에 대비, 면소재지 전역에 1백만원을 들여 19개의 가로들을 설치했다. 관정을 이용, 산불까지도 끌수 있게 2인치 짜리「호스」2백m도 구입했다. 소방서사무실에 전화시설도 했다.
특히 면단위로는 전국 처음으로 면소재지인 장대1,2구 상가 밀집지역에는 1백80만원을 들여 소화전 12개를 그것도 업자가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시공을 해 지난 1월에 완공봤다.
시설 뿐아니라 대원들의 여름ㆍ겨울용 제복도 말끔히 갖추고 매월 민방공의 날등 이틀씩 불시훈련을 실시, 소방능력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대원들의 소방활동 또한 눈부시다.
78년4윌 이웃 진천군문백면에서 산불이 났을때, 지난해 충남 천원군간면에서 산불이 났을때는 원정까지해 이름을 떨쳤다. 지난해 오창주유소 화재때는 불속에 갇힌 주민3명을 구출, 오창의용소방대의 무용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같은 활동과 훈련을 통해 친형제처럼 뭉친 김수량소방대장(44) 등 30명대원들은 또 정기적으로 관내 초ㆍ중ㆍ고교를 돌며 학생들에게 불조심계몽활동과 소방시범훈련을 보여 화재예방을 생활화하도록 앞장서고 있다.
이같은 의용 소방대의활동으로 면내에서 해마다 10여건씩 나던 화재가 올들어선 단 한건도 나지 않았다. 최고참 17년경력의 훈련부장 김인묵씨(45)는 15년이면 의용소방대원 자격을 자동적으로 잃게되어 있는데도(이 의용소방대내규) 『지역사회를 위하는 일에 빠지고 싶지않다』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10년은 더 내고장의 불은 내가 끄겠다』 며 대원 자격을 고집하고 있다. 청주=최원길 기자 사진=송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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