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내수 기반의 확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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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속적인 경기 둔화가 주로 구매력 감퇴에 기인하는 것임은 그동안의 관련 지표들이 말해주고 있다.
최근의 경기 둔화 진행 과정을 보면 투자에 비해 소비가 더 빠른 속도로 축소됨으로써 결국 투자 수요를 냉각시키고 그것은 다시 소비 수요를 위축시키는 역 「스파이럴」 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듯한 감을 주고 있다.
79년 이후 금년 상반기까지의 산업 생산·출하·재고 추이는 79년 1·4분기 중 생산·출하 증가율이 22·3%, 19·5%인데 비해 재고 증가율은 0·1%에 그쳐 비교적 호황이었으나 4·4분기에는 생산 1·6%, 출하 2·3% 증가에 재고는 55·1%라는 불경기 상태로 진입했으며 금년 들어서는 생산·출하「마이너스」, 재고 누증이라는 극심한 불황의 연속선을 그리고 있다.
일부 수출 수요에도 불구하고 재고율이 높다는 것은 내수 기반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며 따라서 경기 회복책도 국내 시장 수요를 어떻게 확대하느냐에 관건이 달려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 수요는 섬유류·가전제품의 판매 부진에서 시작, 각종 「서비스」 부문에까지 확산되어 「딤핑」 판매가 성행되고 있다.
이처럼 구매력의 감퇴가 모든 부문에서 다타날 때 투자 의욕이 상실되는 것은 당연하며 정책적인 경기 자극책도 한계를 지니게 된다.
「6·5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할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며 오히려 자금난은 가중되어 지난 2·4분기 중 부도 발생률이 0·13%라는 작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는 생산→판매→대금 회수→이익→확대 재생산의 과정을 거쳐 경제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이나 침체된 구매력으로 인해 판매 분야가 이상을 일으킴으로써 불황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종래의 산업 정책 내지는 투자 정책이 지나친 수출 위주, 다시 말해서 외수지향으로 선정되어 해외 수요가 왕성할 때는 국내 생산 활동도 순조로 왔지만 일단 냉각되면 탈출구가 없는, 투자 배분의 편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투자의 전제 조건은 내외 소비 수요와의 균형을 도모하는데 있음에도 일련의 정책적 판단은 내수 기반을 등한히 한채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의 당면 경기 대책, 더 나아가서 경제 정책의 기조는 구매력 증대를 조성하여 국내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잡지 않으면 안 된다.
튼튼한 국내 시장의 배경이 없이는 수출력도 배양되기 어렵다.
정부의 공공사업 등에 대한 재정 지출이 구매력 증대에 일조가 되는 것은 사실이나 근원적인 대응책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
내수 기반을 다지자면 투자 배분의 왜곡을 시정해야 한다.
고용 효과가 미약하고 국내외 수요가 불투명한 현실에서 거액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자본집약적 중화학 부분은 과감히 정리해야할 것이다.
그 투자분은 기시장을 확보하고 있고 국제 경쟁력에 있는 산업에 전용하는 한편, 고용 효과가 큰 노동 집약 산업 및 기술 집약 산업에 지원하는 것이 소망스럽다.
또 하나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인플레」적 구매력 보전 수단인 조세 감면 정책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불황 업종에 대한 세금 미수 유예 조치를 더욱 넓게 적용해서 기업·가계의 세 부담을 완화,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과감한 단안이 요청된다.
당장 세수 감소의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세원의 보호·육성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그런 조처는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경기진작을 위한 내수 자극책이 종합적으로 검토, 성안되어야 오늘의 경제 난국은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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