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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병을 고치러 병원에 간 환자가 병원 측의 실수로 오히려 병을 더치거나 목숨까지 잃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다.
서울YMCA의 시민중계실에 접수된 이 같은 의료사고는 올해 들어만도 10건이나 되는데도 억울한 환자 측이 보장을 받은 것은 단1건 뿐 이라는 것이다..
의사의 오진이나 수술의 잘못, 조제약의 부작용, 주사「쇼크」등 의료사고는 오래 전부터 주변에서 흔히 들리는 얘기의 하나다.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환자들과 병원 측간에는 으레 분쟁이 일어나지만 결과는 대체로 환자 측의 일방적 피해로 끝나는 것도 익히 들어온 일이다.
불의의 변을 당한 환자 측은 검·경에 호소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관계로 병원 측의 실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제시하기 힘들고 수사를 맡는 당국 역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힘들다.
또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경우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부검을 하게 마련이지만 사체훼손을 꺼려하는 일반의 관념 때문에 기왕지사로 체념하는 경향도 있어 이럭저럭 환자 측의 억울한 사정은 풀리기 어렵다.
사건을 담당하는 당국에서도 원인과 책임을 가리기 위해서는 학회나 의사협회 등으로부터 자문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대부분의 경우 사고원인에 관해 설이 엇갈리거나 병원 측에 유리한 해석이 많다는 것도 통례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억울한 환자를 위한 보상방법은 없는 것일까.
어떤 학자는 이런 분쟁을 중재할 전문기구 또는 전문검사관을 국가가 설치하는 제도적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의견대로 그런 국가기관이 있더라도 사고원인 규명의 어려움으로 보아 얼마만큼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이런 기구가 있어 적극적인 기능을 한다면 억울한 사연이 적잖게 해결될 수는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보사부에 의료사고조정위원회라 할까, 혹은 의료사고 조정관 같은 기구를 두는 문제는 최소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이 기회에 보사당국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검토할 전문연구「팀」을 구성하는 것도 좋겠다.
타 국예와 우리여건, 의료여건에 관한 통계와 실태 등을 깊이 있게 연구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의 잘못을 논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의사의 실수에 대해 엄책한다면 진료가 소극적·무사안일적으로 흐르기 쉽고 관용하다보면 억울한 사연이 늘어난다. 따라서 이 문제는 법으로 규제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궁극적으로는 의사의 양심과 양식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의술이 단순히 의사의 생계수단이 아니라 온 국민의 건강·복지에 기여하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런 직업윤리에 의료인들이 보다 투철할 때라야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 역시 없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의료인들이 구미나 일본 등에 비해 더 낮은 보수와 더 나쁜 여건에서 더 격무에 시달리고 있음은 다 아는 일이지만, 그래도 병원에 관해 우리 주변에서 나도는 여러가지 험담, 예컨대 지나친 상업주의라든가 의사·간호원이 불친절·무성의 하다든가, 중환자를 문전축객한다든가 하는 얘기들은 뼈아프게 들을 필요가 있다.
또 학회나 협회 등도 자문에 응할 때 『가재도 게 편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공정성과 권위를 더 확립하는데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
의료사고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당국의 방안연구와 함께 모든 의료인들의 더 성실한 건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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