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지도층의 세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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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래 전부터 나들던 중공지도층의 세대교체가 임박한 것 같다. 중공부수상 박일파는 지난 4일 일본방문객을 만난 자리에서 최고 실력자인 등소평을 비롯해서 당부주석겸 정치국원 섭검영(82), 부수상 이선염(72), 진 운(75)등 4명이 늦어도 오는8월까지 젊은 세대에 권력을 이양하고 대부분의 공직에서. 사임하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또 향항의 중립지「중보」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제5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에서 상무부수상 조자양이 화국봉 대신 새로운 수상으로 선출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미 몇 차례 되풀이 되어온 등소평의 부수상직사의 표명 등으로 미루어 8월 대회가 중공지도층의 일대개편의 고비가 될 것은 분명하다.
등의 제2차 복권 후 중공최고지도부의 중대한 변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화국봉-등소평체제가 등소평-화국봉 체제로 변한 것이라는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변동을 뒷받침하는 징후로는 고 류소기(전 국가주석)의 명예회복, 왕동흥을 정점으로한 문혁파의 퇴진, 조자양·호요방(당 총서기)등 등과 「브레인」의 대거진출 등을 들 수 있다.
강청 등 4인방 추방에는 합세했다고 하지만 화국봉은 문혁으로 이익을 본좌파이며, 지금도 기본적으로는 등과 정치이념을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등의 입장에서 볼 때 화의 존재는 문혁의 잔재며 근대화노선의 장애물에 불과한 것이다.
8월의「전인대」에서 지도층 개편용 서두르는 것이 화를 제거하려는 음모가 아닌가 여겨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올해 78세의 등소평이 노령을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싶다고 선수를 쳤고 실제로 총참모장의 「포스트」는 양득지에게, 국무원부총리의 업무를 조자양에게 넘겨준 것도 생각해보면 화에 대한 압력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등의 솔선사임논으로 직접 궁지에 몰릴 사람은 80세 전후의 유백승 섭검영 이선념 진운 등이지만, 그 가운데 섭과 이등이 화국봉의 당주석겸 수상이란 지위를 유지하는데 지주로서 기여해왔기 때문에 그들의 퇴진은 화에 대한 일대 타격일 수 있다.
중공의 실권이 등의 장중에 들어갔고 그가 표방해온 노선이 농·공·과학·군사 등의 이른바「4대 근대화」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동안 등이 손댄 당·군·행정관료에 대한 인사에서 나타난 특징도 등소평 권력의 강화를 드러낸 것으로 그 자신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국민경제의 근대화를 위한 포석이었던 셈이다.
현재의 예측대로 8월에 중공의 권력개편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혁명 제1세대에서 제2세대에의 권력이양이 끝나는 것을 뜻한다.
최근 인민일보가『무엇보다 근대화를 위한 전문지식이 몸에 밴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만큼 후계자의 육성, 선택이 최대의 전략임무가 된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등이 그의 생전에 자신의 세력기반이기도 한 이른바 『근대화』의 발판을 굳히는데 얼마나 광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공은 또 중공식 사회주의체제의 골격을 보다 선명하게 명시한 헌법개정안을 마련, 그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을 듣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행정·기업·학교등 각 조직의 일상업무에 당이 개입하지 않고 지도·책임·체제를 근대화하는 당장(규약)개경안도 토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이러한 움직임이 4대 근대화작업을 추진할 우수한 관료조직을 갖추려는 노력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중공의 근대화 몸부림은 우리로서도 전혀 무연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예의 그 향방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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