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홍강의(서울대병원·소아정신과)(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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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처럼 학교 성적이 중시되는 나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부모들의 최대관심사는 자녀들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느냐는 것이며 나아가 어린이의 성적이 그 어린이와 가정의 행복수와 정비례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된다.
아이가 공부에서 처지는 원인을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정신박약·뇌 손상 등에 의한 지능저하, 둘째 불안·공포 등 정신과적 문제로 공부에 전념할 수 없는 경우, 셋째 지능이나 신체가 정장이고 정신적인 특별한 원인도 찾을 수 없으나 행동과다를 보이면서 공부를 못하는 경우다.
셋째 경우의 예를 보자.
9살난 영수는 어릴 때부터 손에 닿는 물건을 부수는 등 운동량이 많았고 고집도 세었다. 한달 조산아만 돌전에 걷기 시작했고 신체발달은 오히려 빠른 축이었는데 말은 늦어서 2돌쯤에야『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했다. 국민학교 2학년인 지금은 겨우 읽기·쓰기를 하지만 공부를 따라갈 정도는 아니다.
영수의 특징은 어디에서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산하며 말을 듣지 않는다. 또 집중력이 없고 산만하며 무슨 일이나 끝을 맺지 못한다. 나이에 비해 미숙하고 말썽을 일으키며 친구도 별로 없다.
이런 것이 행동과다의 한 예다. 행동과다는 미소뇌기능 장애자의 반수에서 볼 수 있는데 뇌의 뚜렷한 손상은 없지만 기능상의 이상으로 고도의 사고능력을 갖지 못한 경우다.
이런 경우는 배우는 일즉,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들이고 이를 이해하며 기억했다가 필요한때 사용하거나 표현하는 과정을 담당하는 대뇌에 작은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집중력의 결여, 행동의 산만 및 과다로 학업성적이 좋지 않으며 이로 인한 부모의 좌절·실망이 2차 적인 정서장애를 유발하게된다.
미국에서는 학동의 5∼10%가 이런 문제를 갖고있으며 소아정신과 환자의 50%가 이런 어린이들이다.
물론 행동 과다 현상을 보인다고 모두 미소뇌기능 장애자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소아정신과를 찾는 환자 중 미소뇌기능 장애자는 약10%정도가 되고있다.
치료는 우선 부모들이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고 환자에겐 행동과다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물을 쓰게된다.
2차적 정서장애가 심한 경우는 정신요법이나 놀이요법을 병행하게 된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것은 특수교육에 의한 치료인데 우리나라는 이들의 특성과 문제점을 고려하여 정박아나 정서장애자와 구별하여 실시하는 특수교육 제도가 없어 무리하게 정상아들과 같은 속도의 교육을 받고 경쟁해야만 한다. 우리나라도 뇌 손상·지진아를 위한 특수교육 반이 정규 학교에 세워지기를 바란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갖고있는 결점과 능력을 고려, 너무 큰 기대로 자녀들을 공부에 몰아 넣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최소한 2차적 정서장애에 대한 예방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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