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과 담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폐암은 세계적으로 증가추세에 있어 다른 암의 증가율이 2%전후인데 비해 근2백50%나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연세대의대 연구「팀」이 지난 20년간「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폐암환자 5백1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암환자는 기준연도인 57년에 비해 지난 77년에는 1백93%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요즘 발표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폐암이 60년대엔 모든 악성 종양의 10위를 차지했으나 70년대에 들어 점차 늘어 4위로 올라섰으며, 1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이 폐암완자의 91%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담배를 한갑 이상 태우는 사람이 6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세기초까지도 호흡기, 특히 폐에 생기는 암은 아주 드문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때만 해도 아주 희귀한 병으로 생각되었던 폐암은 2세기 들어서부터 급격히 늘어나 지금 미국에서는 남자의 암으로는 단연 1위가 되었다.
폐암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진료법의 발달, 노인인구의 증가, 화학요법의 발달에 의한 타질환 사망의 감소, 도시의 공기오염 등 여러 가지가 꼽히고 있으나 무엇보다 담배, 그 중에서도 권련을 피우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상식이다.
「타아르」가 포함된 먼지를「모르모트」에게 흡입시켰더니 대조군에 비해 7.2배의 고율의 폐암이 발생했다는 실험결과도 그렇지만, 한나라의 폐암환자 발생수가 그 나라의 권련 소모량과 비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무서운 폐암의 주범이 담배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다.
폐암의 증세는 특별한 원인 없이 생기는 기침에서 제일먼저 나타난다. 가래의 피가 섞여 나오거나 기침을 하면서 피가 올라오는 객혈 등을 거쳐말기에는 전반적인 신체쇠약, 호흡곤란을 느끼게 된다.
기관지 벽에 생긴 암이 차차 자라면 기관지를 좁게 하여 공기가 드나드는데 장애가 생기며 심하면 아주 막히게 되기 때문이다.
폐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전이를 일으켜 가슴 가운데의 폐문임파선이나 목의 임파선에도 번지기 쉽고 흉막으로도 퍼져서 가슴이 결리고 숨이 찬 늑막염증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지난3월 미국의 암 학회는 폐암에 걸리면 이를 조기에 발견해도 소용이 없다는 증거가 드러남에 따라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에게 권고해오던 연례적인 정기 X선 검사를 더 이상 추천치 않기로 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 만큼 폐암은 무서운 병인 것이다.
그러나 이병은 담배만 피우지 않으면 그 발병 가능성의 9할 이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여러 가지 실험결과 증명되고 있다.
담배를 하루 한갑씩 10년 이상 피운 사람은 안 피운 사람보다 8∼15배, 하루 두갑 이상 피우는 사람은 10∼20배 폐암의 발생빈도가 높은 반면, 권련을 끊고 만 5년이 지나면 폐암 발생율은 다시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과 같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위암이나 간암의 발병원인이 확실치 않아 그 예방방법이 막연한데 비해 폐암은 예방방법이 있어 다행하다 할 수 있다.
즉 담배, 특히 권련을 피우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특히 성년 이후의 건강관리를 위해서 누구나 스스로도할 수 있는 갖가지 주의에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전매수익의 차질 등 애로도 없지 않겠지만 국민보건이라는 대국적인 견지에서 국민보호를 위해 대대적인「캠페인」을 펴고 그에 앞장서는 성의를 보여야할 줄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