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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들 성의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국가가 힘없는 피고인의 권익을 지켜주기위해 선정하는 국선변호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재판에 제대로 출정하지 않아 관계피고인의 인권이 소홀히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국선변호인들은 ▲사선변호사건과의 중복 ▲해외 또는 지방출장등을 이유로 대거나 법원이 ▲국선변호사건에 대해 성의가 없다며 제대로 법정에 나오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거나 사건내용도 잘 모르는 재정변호인을 임시로 선임하여 사건심리와는 관계없는 정상론만 변론하는등 형식적인 변호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지방법원에서는 일부 국선변호인들의 무성의한 재판진행을 막기 위해 지난달 27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행선지기록표를 작성해 줄것등을 요구하는 협조요청문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형사지법의 경우 올들어 6월말까지의 국선변호사건은 모두 1천5백32건으로 이 가운데 3백15건의 국선변호인들이 출정하지않아 재판을 연기하거나 사건기록을 한번도 본적이없는 다른 사건의 변호사를 즉석에서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고법에서도 6월말까지 국선변호인이 맡은 사건중 판결을 선고한 3백12건 가운데 63건이 같은 이유로 변호사를 바꿔야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관계자는 『국선변호인을 지정하는 것은 피고인들이 신분적으로 어렵거나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하는 일인데, 일부이나마 변호사들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인권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때문에 피고인들이 인권을 침해당하는 역효과를 빚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수강도등 죄로 서을고법에 항소했던 공모피고인은 경제적능력이 없어 개인변호사를 대지못해 담당재판부가 5월12일 공판때 L모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했으나 나오지않는 바람에 20여일이 지난 6월5일에야 다른 변호사 입회아래 첫공판을 가졌으며 상해치사죄로 역시 고법에 계류중이던 강모피고인도 5월12일 선임한 Y모변호사가 출정치않아 6월5일에 공판을 받아야했다.
한편 재야법조계에서는 국선변호사건을 보다 충실히 하기위해 ▲국선변호를 전담제로 하거나 ▲국선변론 의무연한을 두는 방법 ▲적정한 수임료지급등의 방안을 강구해왔으나 여기에 따르는 갖가지 문제점때문에 지금까지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있다.
국선변호인 수임료는 78년 1건에 3천원에서 79년 1만원, 80년 1만8천원으로 올랐으나 이웃 일본의 4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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