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탕트」시대는 다시 올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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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데탕트」란 용어를 국가들간의 긴장완화라는 말로 정의한다면 미·소 관계에 관한 한 「데탕트」시대는 지나갔다. 지난해 12월 소련군이「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나서 미국의 대소정책은 거의 응징 책으로 기울어져왔다.「올림픽· 보이콧」. 부분적인 곡물금지, 고도기술품목의 수출금지조치를 비롯해「카터」 미 대통령과「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서기장이 서명한 2차 전략무기제한 협정 (SALTⅡ)의 비준 연기 등이 그러한 예다.
미·소간에 서로 불신요소는 수두룩하지만, 특히 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은 소련에 대해 세 가지 의문점을 갖고있다.
미국의 대소불신은 첫째 소련의 군사력이 방위필요성 이상으로 증강되고, 둘째 소련이 최근수년간 제3세계에 끊임없이 침투하고 있으며, 세 째 광물자원이 풍부한「아프리카」와 유전지대인 중동에 불안을 조성하고 태평양의 해상 운송로를 위협한다는 데로 집약되고 있다.
미국이 제3세계에 원조 사절단을 보내고 평화봉사대를 보내는 동안 소련온 대부분 군사 고문단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견해다.
소련의 미국에 대한 불신은 이미 74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74년 당시의 「닉슨」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사임하게 된 것까지도 「닉슨」의 대소 화해정책을 반대하는 미국의 강경파들이 꾸며낸 음모로 소련은 보고 있다. 더구나 인면 정책을 내세운「카터」행정부가 출범 초부터 소련의 반체제지도자 「안드레이·사하로프」박사에게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미·중공관계를 정상화하고 최혜국대우를 제공하여 소련의 대미 불신감이 더해갔다.
소련은 77년 미·소가 중동문제에 서로 협조하기로 공동성명을 발표해놓고는 「이집트」·「이스라엘」 화해를 주선하는 등 중간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축출하려고 하고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침공을 결정할 때도 이러한「카터」행정부의 3년 간에 걸친 「적대적인 정책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이루어졌다고 소련관리들은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데』주저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소련전문가들은 최근 수개월간 빚어진 미·소 관계의 상처가 아물려면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린·어페어즈」지를 펴내는 「대외관계 위원회」의 대 소련문제전문가 「로버트·레그볼드」는 『소련은 「데탕트」가 당분간 사장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데탕트」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킨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미·소 관계가 호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평화공존을 위한 긴장완화는 두 나라에 모두 결정적인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압력을 받아가며 군비경쟁을 할 의향이 없고 소련 역시 정체된 경제형편에서 소비재의 수요압력을 유발하는 군비경쟁에 나설 형편이 못된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소련이 이들의 공격적인 행동, 특히 제3세계에 대한 침투활동을 완화하기 전에는 「데탕트」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미국이 해야할 일은 미·소간의 군사관계에서 균형이 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소련에 대해 정치적으로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는 일이다.
이는 화해와 위협의 양면정책의 재개를 뜻한다.
그래야만 두 강대국들의 파국적인 대결을 몰고 올 보복과 상호비방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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