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어린이를 「과잉통제」하면 개성이 없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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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식을 기른다는 것이 자연스럽고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어려운 과제다.
앞서 과잉보호에서는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이 통제가 지나치면 반대로 과잉통제가 되어 나름대로 심각한 성격문제를 초래한다.
부모들 중에는 아이들이 하는 모든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자녀의 절대 복종을 요구하고 조그만 잘못에도 용서 없이 벌을 가한다.
아이들의 의사나 감정은 무시되고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들의 활동이 결정된다. 「피아노」를 쳐야하고, 과외도 받아야 하는 등 하루종일의 일과가 부모에 의해 꽉 짜여져 빈틈없이 진행된다.
어려서부터 이런 과잉통제 하에서 자란 아이들은 언뜻 보아 부모 말을 잘 듣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학생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발표력이 없고, 눈치를 살피며, 겁이나 공포가 많다. 대부분 부모에 의존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위축되어 있다. 친구도 별로 없이 혼자서 상상의 세계에 가지기 잘하며 우울해 하는 적이 많다.
여기에다 부모의 과잉 교육열이 겹쳐지면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두통·복통 등 신체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눈깜짝이가 되거나 안면·목·어깨근육 등이 발작적으로 수축되는 「틱」 (TIC) 이란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 이유 없이 손이 마비되거나 칠판 글씨가 안 보인다 (「히스테리」상 전환반응)고 호소한다.
겉으로 나타나는 이런 증상 외에 어린이의 마음속에 부모에 대한 분노, 나아가서는 증오가 싹트게 된다. 분노나 증오는 자신의 개성과 자율성이 무시되는 것뿐 아니라 애정의 표현 없이 심한 통제를 받는데서 오는 부모의 애정의심 때문이기도 하다.
부모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이를 직접 표시할 수도 없고 분노를 느낀다는 자체가 부담이 되어 정신과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어린이는 우울증에 빠지거나 아니면 분노를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말을 잘 듣고 공부도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고 숙제를 기피하며 등교 때에 늑장을 부린다. 시키는 일도 잘 안하고 은근히 부모의 분통을 자아낸다. 즉 간접적이고 수동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시하는데 이를 정신과에서는 수동공열성이라고 한다. 또 일부 야뇨증도 부모에 대한 분노와 보복적인 동기에 의하는 수가 많다.
과잉통제를 하게되는 이유는 부모의 강박적이고 완전무결주의적인 성격이나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성격장애를 들 수 있으나 대부분은 자식을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더욱 요즘은 사회의 경쟁이 심하고 산아조절로 자녀의 수가 준데 반해 생활수준은 높아 졌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에 거는 기대가 커서 과잉통제현상이 빈발한다.
과잉통제는 결과적으로 자녀들에게서 개성과 자율성을 빼앗아 스스로 무엇을 성취하고자하는 의욕을 저하시키고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느낄 수 없게 한다.
과잉통제를 피하기 위해 부모는 어린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습관을 기르고 대화를 통해 자녀들이 느끼는 것, 원하는 것을 찾아내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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