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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도 전술도 하위…"제2의 6·25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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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마 (철마)가 숨을 멈춘 지 30년.
화통은 기적을 잊고 재갈이 몰린 채 총탄에 벌집처럼 뚫려 군사분계선 남방 5m지점 비무장지대에 길게 드러누워 있다.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장단 역(문산 북서쪽 11km지점)을 5백지 남기고 쓰러진 기관차는 꼿꼿이 삭아서 바삭거린다.
민족의 한이 응어리지듯 혈액처럼 붉게 물든 기관차는 풍상에 시달려 스러져가면서도 압록강까지 달리고 싶은 한을 30년 처녀림 속에 안겨 잠자고 있다.
기관차 남서쪽 8백m지점에는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 해골 같은 장단면사무소 건물이 6·25의 참상을 말해주듯 유령처럼 서 있다.
갈라지고 부서지고 이끼가 낀 건물 주위는 무성한 원시림이 둘러싸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옛날의 영화는 어디로 가고 태고의 정적 속에 영원히 멈춰있는 듯 했다.
다람쥐·토끼들이 건물 속을 넘나들며 접근하는 수색대원을 멀거니 바라볼 뿐이다.
새들도 부서진 건물에 둥지를 틀고 벽에는 담장 덩굴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부대「6·25동이」수색중대장 김태호대위(30)가 수색대원들과 함께 기관차·면사무소건물 주위를 이잡듯 뒤지고 있다.
휴전이후 5만2천5백9번에 걸쳐 정전협정을 위반한 북괴의 도발을 막기위해.
30년 만에 면사무소 앞에 선 역전의 용사 이주왕씨 (60· 예비역 대위) 가 이 곳을 수색중인 후배들에게 당시 상황을 어제일 같이 들려준다.
장단전투를 비롯, 서부전선에서 6·25를 겪은 이씨가『저 곳(장단면사무소)에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30년이라니·∴ 라고 말문을 열자, 김대위는 『대낮에도 발자국을 떼어놓기가 소름이 끼질 정도로 긴장 속에 수색한다』고 했다.
이씨는『당시 적은 l사단·6사단을 주력으로 소제T+34 전차를 앞세우고 미명을 이용해 남침, 우리의 주 저항선인 개성·고낭포·문산·봉일천 지구를 순식간에 유린했다』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2·36「인치」「로키트」포와 박격포·l백5mm포에 맞아도 꿈틀하면서 또다시 전진해 오던 적 전차에 육탄으로 맞선 장병들은 수류탄을 까들고 전차에 뛰어들곤 했다』며 이씨는 처절했던 전투상황을 회고했다.
이씨는 김대위의 국산 신형M-16소총을 만져보며『무기라고는 M-l소총밖에 없었고 그것마저 탄약이 1인당 80발밖에 지급 안 돼 적을 섬멸할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도 분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씨는 부산까지 후퇴했다가 북진때 평남개천까지 진격, 통일을 눈앞에 두고 l·4후퇴때 후퇴도중 낙오돼 강화도에서 「캘로」부대원으로 유격전까지 했었다.
어떤 전차도 한방이면 박살낼 수 있는「트·미사일」까지 갖춘 성년 국군의 김대위에게는 이씨의 얘기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6·25를 모르는6·25동이 김대위는『M,-1과 비교가 안 되는 M-16소총·각종 포·전차·「토」대전차 「미사일」·북한의 2배가 넘는 경제력등 30년 전과 비교가 안 되는 성년국군을 만들어준 조국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고 새로운 다짐을 한다.

<서부전선에서>이 창 건·이 양 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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