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당은 「재계의 시녀」인가|「7당 6락」설속 막바지 돈 뿌리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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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5월23일 「오오히라」 자민당 총재는 당 1차 공천 입후보자 2백88명에게 일일이 5백만「엔」 (약 1천5백만원)이 든 흰 봉투를 건네주었다. 당이 재계로부터 조달한 정치 자금을 입후보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한 선거 자금이다. 입후보자들은 다시 계파의 「보스」들로부터 5백만「엔」내지 1천만「엔」의 선거 자금을 받고 서둘러 선거구로 내려갔다 .일본의 선거는 흔히 황제에 비유된다. 각종 축재가 매년 열리듯 각종 선거가 거의 매년 치러지고 그래서 축제 때처럼 돈이 많이 든다.
이 돈은 모두 재계가 공식·비공식적으로 내는 이른바 정치 자금. 모두가 김권 정치 타파를 부르짖고 있지만 재계와 등을 지고서는 정권 유지는 물론 한 파벌도 제대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이 일본의 정치 현실이다.
경단련·일경련·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지난 5월16일의 국회 해산 직후 당을 깨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50억∼60억「엔」의 정치 자금을 자민당에 건네줬다.
이는 이를테면 공식 정치 자금.
「오오히라」 총재가 입후보자에게 골고루 나누어준 것은 바로 이 자금이다. 「파벌 정치」로 대변되는 일본 정계에서 한파의 「보스」가 되려면 재계와 밀착, 보다 많은 정치 자금을 끌어 들여야한다.
각 파벌에 가는 돈은 재계의 비공식 정치 자금으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물론 비밀이다.
비주류의 「후꾸다」 파는 신인 및 소장 입후보자에게는 1천만「엔」, 중견 이상에게는 5백만「엔」씩 주었다.
「후꾸다」파 입후보자수 (중의원)는 57명이기 때문에 줄잡아 5억「엔」은 공식적으로 나갔다.
「미끼」파도 거의 비슷하다. 다만 「미끼」파는 「고오모또」씨가 강력한 차기 수상 후보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수상 선거전에 대비한 자금도 있어야 한다.
비주류 측에 비해 주류 측은 훨씬 여유가 있다. 관서 지방 재계의 자금 「파이프」가 튼튼한 「오오히라」라는 5백만「엔」씩 일률적으로 지급한데 이어 선거구의 정세를 참작, 수백만∼1천만「엔」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다나까」과는 더욱 풍성하다.
5선 이하 입후보자에게는 5백만「엔」이상이라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배는 된다는 소문이다.
이렇듯 각 파벌이 지난 1개월여 동안 조달한 정치 자금은 적어도 1백억「엔」을 넘을 것이라는 것이 재계 상식이다.
야당의 선거 자금은 그러나 어느 나라할 것 없이 궁색한 것 같다.
제1야당 사회당의 경우는 조직의 기반인 노조 (총평)측이 조합원으로부터 1인당 1천「엔」씩 모금, 총 5억「엔」을 조달하여 쓰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7당 6락」설이 지배하고 있다.
7억「엔」이 있어야 당선된다는 것이다. 당 또는 계파「보스」로부터 받는 돈은「새발의 피」다.
입후보자 개개인이 모자라는 돈은 재계로부터 얻어 써야 한다.
일본의 정치는 이처럼 바로 재계의 시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각 당은 물론 입후보자 모두가 「청결한 정치」를 목메도록 부르짖고 있다. 【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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