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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8)-제68화 개헌비사 제삼공화국개헌(85)펜을 놓으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필자는 그동안 제3공화국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나는대로 간추려보았다. 얘기를 끝내려고하니 미진한 점이 한둘이 아닌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당시의 사진들을모두 모아놓지못해 생생한 장면들을 다 소개하지 못했고 숨은「에피소드」도 다 들추어 내지못한 아쉬움이 있다. 제3공화국헌법의 운용면을 회고하건데 상당한 부분이 평화주의적이고 이상주의적 헌법이었다고 생각된다.
원래 헌법이란 그 나라의 존립과 운영의 기본철학을 담은것으로 나라마다 각기 자국의 현실과 미래를 잘 조화시키면서 정치인과 국민들의 의지를 함께 담아야 하는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과제에 무엇보다 국가안보를 빼놓을 수 없고 국민경제건설과 정치적·사회적 안정이 필수요건이 되고있다.
실질적으로 5백만명이 넘는 사상 유례없는 군사역을 가진 광적인 북괴와 대치하면서 한편으로는 월남과 「캄보디아」의 패망 및 「닉슨·독트린」에 따른 동북아의 미군사력 철수등 급변하는 국제정치의 역학속에서 이에 대응하여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할 상황임에 비추어 여러가지로 인식부족과 미흡점 또한 없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남침야욕에 불타는 적을 앞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무엇을 해야할 것이냐를 엄숙히 자문자답해 보지 않을수 없다.
이런 위기속에서 대응할수있는 방법이 제3공화국 헌법에 배려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유신헌법으로 대체하는 상황을 맞게되었다고 할수 있다.
지금은 제4공화국헌법을 마련하는 막중한 과제를 앞에 놓고 온 국민이 슬기를 모아야 할때다. 더 말할필요도 없이 헌법은 그나라가 지닌 현실상황과 여건등에 따라 그 성격이 크게 달라지게 마련인데, 이를테면 미국의 헌법은 다소 허술한데가 있다고하여 당장 국가 존립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조그마한 허점이라도 국가존립의 국기마저 위태롭게 만든다고 할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특수성은 무엇보다도 국가안전보장을 최우선적 명제로 삼아야한다는점에 있다. 38선에서 평양까지는 3백50km의 공간이 있지만 우리의 서울은 불과 40km의 거리내에 있으며 적의 지상포 사거리내에 있음을 일순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그러므로 안보문제는 우리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며 항상 듣는 소리, 또 그소리냐는 식으로 간단히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못된다. 환자에게 부작용이 있다하여 치료를 중단할 수는 없으며 부작용은 그나름대로 제거하면서 원래의 질환을 고치도록 해야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번 국회개헌특위에서도 나름대로 이 소신을 밝혔지만 우리는 지금 평화국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비상사태하에 있는 나라임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류역사상 대체로 6백20회정도의 전쟁이 있었다지만 그때마다 전쟁은 상대방에 허점이 있을때 기습공격으로 일어나곤 했다. 또 이것이, 전쟁의 통념이기도 한것이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낙관론자들이 있고 특히 학자들의 토론에서도 국민의 감각을 혼란시키는 경우가 없지않은 것 같은데 참으로 위험한 사고방식인 것이다. 자유월남이 그처럼 망할줄 누가 알았으며 「아프가니스탄」사태를 누가 예견했으며 「6·25」동란을 누가 예측이나 하였던가.
우리에게는 지금 국가안전이 필요하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그러할뿐아니라 특히 내부가 불안전하고 혼란하다는 것은 곧 김일성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것과 다를바없음을 알아야한다. 「4·19」당시 내부혼란이 극심했을 때 북괴는 실제로 병력을 집결하여 남침모험을 강행하려고 했던 것이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자신이 지키고 개척해야지 어느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필자는 안보조항에 관한 구체안은 지면관계상 생략하고 별도로 관계요로에 구신코자 하거니와 아무튼 이번 제4공화국 헌법은 무엇보다도 나라를 지킬수 있는 헌법이 되도록 해야하겠다.
한나라의 정치가는 그나라 국민의 정치의식수준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라는게 정치학의 초보이론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지연·혈연등을 초월하고 또한 선물 몇점에 끌려 투표하는 일이 없도록하여 참된 정치인, 정직하고 성실하고 신뢰받을 수 있고 사심없이 애국하는 정치인을 뽑아야한다고 믿는다.
원래선거란 민주주의의 필수요건이지만 종래의 실정으로볼 때 국론의 분열, 노력과 금품의 낭비, 또한 후유증으로 인한 정국의 불안정등 국가발전에 적지않은 지장을 준 경험에 비추어 금후는 가급적 이런폐단을 줄이는 제도와 운영이 요청된다할 것이다.
아무쪼록 자유와 안정과 번영이 잘 조화를 이루며 강력하고 유능한 정부가 되며 국민이 믿고 잘살수 있는 헌법이 탄생되기를 바라면서 그간 두서없이 쓴것을 끝가지 애독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는 바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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