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심 싱크홀, 방치하면 대형사고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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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땅바닥이 푹 꺼지는 싱크홀(sink hole) 현상이 서울 등 도심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의정부시 한 아파트 단지의 인도가 2m 정도 함몰돼 지나던 행인이 다쳤다. 지난달 19일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가 3m 깊이로 내려앉았다. 서울 잠실에서도 최근 3곳의 지반이 1.2m 정도 꺼져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선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싱크홀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주로 석회암지대에서 지하수 등에 석회암이 녹아 발생하는 자연적인 싱크홀이 있다.

 둘째는 도로에 묻은 상하수도관이 깨지면서 물이 통과해 지반이 무너지는 경우다. 셋째는 고층 건물 터파기, 굴착 등으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땅이 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상하수도관 파손이나 지하수 유출 등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여의도 국회 앞 도로는 노후 하수관 균열로, 의정부 아파트 단지 인도는 정화조가 터진 게 원인으로 파악됐다. 잠실지역 싱크홀 3곳도 서울시와 외부 전문가의 합동조사 결과 오래된 상하수도관이 파손되면서 일어났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싱크홀은 아스팔트 표면이 움푹 파이는 포트홀(pot hole)보다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싱크홀에 대해 ‘땜방식’ 조치에 그칠 게 아니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낡은 상하수도관의 실태를 파악해야 하고 깨졌을 경우 교체해야 한다. 파손된 상하수도관 교체는 싱크홀을 예방할 뿐 아니라 상하수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시급한 조치다.

 지하수 유출도 이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각종 공사로 인해 하루 평균 17만8000t의 지하수가 유출됐다. 무분별한 지하공간 개발로 지하수 유출은 해마다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지반 침하나 싱크홀 발생으로 이어져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형 지하공사 때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평가하고 지하수가 빠져나간 만큼 채워 넣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