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동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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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언니가 콩나물을 사들고 들어오니 다섯살박이동생이『언니!누가줬어』한다.『아줌마가』하니까꼬마가 하는 말이『아이쬐끔 줬겠구나?』강조하는 것이 아닌가.의아해진 엄마가 그뜻을물으니 전번에도 언니하고 같이갔는데 아줌마는 아저씨보다 휠씬 적게 준다고 제언니 하고 이야기를했단다.
매일같이 달라지는 물가고에 시달리는 구두쉬알뜰작전을 지나치게 하다보니 천진스런 아이들까지 이렇게 물들어가고이해타산이 지나치다 생각하니 서글픈 생각마저든다.심부름을 시켜보면작은 아이들이 그렇게 정확할 수가 없다.
조금도 빈틈이없다.
꼭요구조건을 들어주어야만 약속 이행을 하겠다는 다부지고 똑똑한아이들이 늘어간다.
어른들을 그대로 모방하는 아이들을 탓하기 이전에 아이들 앞이면 가려서 행동하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얼마전 아래층 방네개를 세놓으려고 한적이있다.담장옆에는「라일락」꽃나무가 서있고 줄장미가 있고 마당이 아늑하고넓어서 아이들 키우기에는 안성마춤인곳 같은데방을 보러 오는젊은부인들은 다 좋은데 좀구식이니 2층을 주지않겠느냔다.
아이들 키우기에는 위험하지도 않고…설명을 분주히 하다보면 뒤도 안보고 나가버린다.새집이면더욱 좋고 친구들이 와도창피하지않고 무조건 방이 넓으면 좋고.하지만아이들을 별로중요시하지 않는것 같은 새로운사실을 발견했다.
며칠전부터 우리집 뒤쪽에는 공유지 1백여평에어린이 놀이터가 만들어지고있다.인부들이 한창 단장을 해가고 있는 틈에도 어디서 모였는지 올망졸망 작은 아이들이 좋아라고 모여들어 손뼉을치고 일하는 아저씨들 몰래 그네며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저토톡 동심들이 좋아하는 놀이터를 이곳 응봉동 중심지에 만들어 준당국에 감사하면서 곳곳에 많은 어린이 놀이터가 생겨나길 바란다.
안 숙(서울특별시성동구 응봉동228의252통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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