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판화 125점 모아 미서 로트렉 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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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뉴욕」시의 「디어도·돈슨」화랑은「로트렉」의 석판화 1백25점을 모아 특별전시회롤 열었다.
이 전시회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열린「로트렉」의 전시회 가운데 그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미술계의 관심을 모았다.
서양 현대미술에 있어서「로트렉」「마티스」「피카소」를 판화의 3대 천재로 꼽는데, 이중에서도「로트렉」은 그 불우하고도 극적이었던 생애와 함께 미술사적으로 매우 특이한 위치를 갖는다.
원래「프랑스」의 귀족출신인「앙리·드·불루즈·로트렉」은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양다리를 못 쓰는 신체적 불구로 평생을 지냈다. 그러나 그는 신체적 불행을 예술에서 보상받으려는 듯 자신의 모든 것을 미술에 쏟아 넣었다.
그는 자기 출신과는 달리「마리」「몽마르트르」언덕의 허름한 서민가옥에「아틀리에」를 차려놓고 그곳에서 기거하며 서민들의 생활과 그 속에서 빚어지는 갖가지 애환을 화폭에 담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몽마르트」주변의「카페」에서 춤추는 무희들의 모습은 그가 언제나 즐겨 다루는 화제였다.
그러나「로트렉」의 예술가적 기질은 한마디로 귀족적이었다. 그의 타고난 우아함·고귀함, 그리고 깍듯한 예절바름은「불루즈·로트렉」가문의 생래적 기질이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동시대인「반·고호」보다 17세기「플랑드르」의 귀족풍의 엄격한 화가였던「반다이크」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의 붓끝은 언제나 날카롭고 재기에 차 있었는데 대상이 된 인물을 매우 빠른 손놀림으로 물 흐르듯 유리한 선으로 묘사해 나가면서도 극히 개성 있는 인물로 그려내는 천부적 재능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로트렉」의 예술세계는「카페」의 무희·술 주정꾼들과 같이 부도덕과 일시적 쾌락에 몸을 맡기는 이들의 절망과 슬픔을 같이 느끼며 그 속에 한 가닥 구원의 빛을 던지는 그런 것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판화의 예술적 가치를 재확인하는 좋은 기회였을 뿐 아니라, 불우했던 한 화가의 참다운 예술세계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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