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도예 전시회 갖는 상이용사|중상이자 한명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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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상이용사 도예가 자당 한명성씨(55)의 도예 전시회가 6일 서울「롯데·호텔」에서 열려 현충일의 뜻을 더했다.
전시회에 참석한 각계인사들은 전시장에 가득 펼쳐진 5백여점의 작품을 대하며 작품의 예술성은 물론, 고려청자와 이조백자의 재현(再現)을 위해 20년간 가시밭길 인생을 살아온 한 상이용사의 집념에 감탄했다.
한씨는 이번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백두산과 무궁화가 그려지고 애국가 가사가 4절까지 담긴 도자기 1천점을 만들어 해외동포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그는 『자칫 우리말과 민족문화를 잊기 쉬운 해외동포들에게 조국의 흙으로 빚은 도자기를 보내 민족혼을 일깨워 주고싶어 그같은 구상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씨는 6·25때 입은 전상(戰傷)으로 지금도 피로하거나 날씨가 궂을 때면 격렬한 두통과 시력장애에 시달린다. 한씨의 머릿속에는 수류탄파편 2개가 그대로 박힌채 남아있다.
한씨는 제대후 77년 경기도이천군 신둔면수광리현재의 작업장에 가마를 마련하기까지 20년 동안 전남무안·강진등 전국의 도요지를 찾아 방랑생활을 계속하며 전상의 아픔을 청자재현의 의지로 승화시켰다.
이동안 서너 끼씩 굶기는 예사였고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노숙할 때도 많았다.
당시 친구들은 한씨의 이같은 행적을 보고 그에게 「온 천지가 내 집」이라는 뜻으로 자당이란 호를 지어 주었다.
한씨는 이천작업장에서 20여년만에 다시 본격적인 청자재현작업에 들어가 고려천자의 독특한 비색(翡色) 과 이조백자의 빼어난 윤기를 거의 재현시키는데 성공했다.
79년9월 서울 덕수궁에서 열렸던 제4회 인간문화재 공예작품전에서 입선, 정부로부터 국보모조품 제조지정업소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첫 작품전시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한씨는 『도예전문학교를 세워 후세들에게 고유문화를 이어주고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우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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