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튼튼한 요새라도 내부에 금가면 무용지물…|국가안보…현충일에 생각해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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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좌담참석자
신응균 대한재향군인회 부회장
유희숙 대한전몰군경 미망인회 사무국장
정승희 한국여성사격연맹 회장
최태호 대한상이군경회장

<가나다순>
6일은 스물다섯 번째 맞는 현충일. 나라 안팎이 어려운 때여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마음도 무겁다. 「6·25」전쟁을 치른 관계자와 전쟁미망인들은 더욱 나라걱정이 크다. 「6·25」의 30주년은 한 세대를 획한다. 그만큼 전쟁이전세대와 이후세대간에 의식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쟁을 직접 치렀거나 희생가족으로 남은 분들을 모아 국가안보와 사회안정문제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신응균=오늘이 현충일 25주년이고 올해가 「6·25」30주년입니다. 현충일을 맞으니 여러 가지 감회가 서립니다. 더욱 어려운 때에 처하고 보니 국가안보와 사회안정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마침 전쟁미망인들이 계신데 먼저 현충일에 느끼시는 것부터 얘기해 볼까요.
정승희=저의 주인은 이북에서 자유를 찾아 월남해서 「6·25」때 동생과 함께 전사했습니다. 애 아빠는 대대장이었고 시동생은 사관학교 생도였지요. 지금 막 국립묘지에 다녀오는 길인데 30년이 지난 오늘도 「6·25」전쟁을 생각하면 기가 막힙니다.
유희숙=현충일을 맞으니 예년과는 달리 더욱 착잡합니다. 동작동 국립묘지에 갈 때마다 「6·25」와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저의 주인은 66년 월남에서 전사했습니다. 월남의 패망은 국민이 단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작금의 사태를 보고 패망한 월남이 자꾸 연상이 되는군요.
최태호=여기 대선배이신 신장군이 계십니다마는 저는 「6·25」때 주문진에서 부상을 당했습니다. 현충일이 되면 실전에 참가했던 세대와 총성을 듣지 못했던 세대사이에 국가관이 다른 것 같은 것을 느끼곤 합니다.
신=저는 「6·25」당시 포병사령관으로 참전해 많은 전우들을 잃었고 포병1동병으로 참전했던 동생도 전사했습니다.
제 노모께서 『네가 사령관인데 어떻게 동생을 죽이느냐』고 원망하셨지만 지금은 동생과 같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국가발전이 있었다는 긍지를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남의 일 보듯해선 안돼>
75년에 「6·25」 25주년을 맞아 16개국 참전용사들과 「골드·스타·머더」라고 불리는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을 초청했는데 이들이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당시 박대통령에게 『내 아들이 왜 죽어야했는가를 깨달았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모두가 안전보장에 단합해야겠습니다.
정=그래요. 저도 남편이 못 다한 일을 하기 위해 여성사격연맹을 창설해 10년동안 일해왔습니다. 행주산성에서 왜적을 맞아 여성들이 몸바쳐 싸웠듯이 오늘의 여성들도 남의 일보듯이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최=약4만명되는 상이군인중 74%가 중졸 이하입니다. 이것은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나라를 지켰다는 증거일수 있습니다. 배우고 넉넉히 사시는 분들이 이제는 더욱 애국심을 가져야 할겁니다.

<월남패인 잊지 말아야>
신=북괴는 대남적화야욕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전쟁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안보자세가 흐트러져서는 안되겠습니다.
소련의 「샤포슈니코프」원수는 『만일 전쟁이 다른 수단을 가지고 하는 정치의 연장이라면 평화는 또한 다른 수단을 가지고 하는 전쟁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이 「데당트」를 전쟁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북괴는 평화공세를 하면서도 뒷전에서 무엇인가 공작하고 있는데 우리가 사회적으로 혼란하면 그 틈을 이용할 것이 불을 보듯 환합니다.
정=북괴가 보이지 않게 밤낮으로 전쟁준비에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그 사람들에게 틈을 보여줘서는 안된다는데 동감입니다.
유=원호대상자들은 특히 항상 북괴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단체의 80%가 「6·25」미망인인데 북괴의 잔악성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되새기고 있습니다.
최=75년 월남이 멸망하는 순간이 자꾸 눈에 어른거립니다. 50만 미군과 수십억「달러」의 군비를 쓰고도 월남은 단합하지 못하는 국민성 때문에 결국 망했습니다.
사회 각 계층이 서로 이해 못할 부분이 있더라도 월남패망을 생각하면 큰 차원에서 서로 이해하여야겠습니다.
신=이제 군사력만 가지고 전쟁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월남전을 계기로 평시와 전시가 구별 안되는 시대로 접어들었고 이제 전쟁은 정치·경제력뿐 아니라 사회와 국민사상이 종합되는 총력전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경제력이 튼튼해야하고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사회가 안정되어야 하겠습니다.

<불신풍조 안연 딱해>
유=북괴의 미소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되겠지요. 그 배후를 봐야합니다.
신=그렇습니다. 통일에 대한 염원이 있으니까 남북대화는 진행해야겠지만 그들의 술책에 넘어가서는 안되지요.
정=북괴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쟁을 막아야하고 북괴에 오판의 기회를 주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최=북괴는 이른바 통혁당 방송을 통해 한국 내부폭동을 부단히 책동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속셈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신=전쟁을 막으려면 우선 사회가 안정되어야 하는데 사회안정을 위한 방안이 무엇일까요.
유=국민이 우선 정부를 믿어야할 것 같아요. 요즈음 불신풍조가 팽배해 유언비어가 성행하는데 정부지도자들이 옳은 정치를 할 수 있게 마음으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캠페인보다 실천 절실>
정=지금 우리는 정신적으로 조금은 해이해진 것 같습니다. 유언비어를 말씀하셨는데 그런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한심해요. 물론 정부도 국민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먼저 배려해야겠지만요.
신=두분 말씀대로 국민이 정부를 믿어야하는데 정부도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유언비어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이 알아야할 것은 미리 알려줘야 합니다.
유=믿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고 특권층에 대한 부조리척결도 선행되어야겠지요.
정=여성단체들이 수없이 많고 이 단체들이 많은「캠페인」을 벌이는데 다들 「캠페인」으로 끝나지, 실천하는 단체는 드문 것 같아요. 이런 자세부터 시정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참고 견디는 자세 필요>
최=정부나 국민간에 관용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사회가 진정되어야하고 그러자면 한 발짝씩 물러서야 합니다.
신=한가지 예를 든다면 경제안경을 위해서는 노사문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군에서 지휘관과 부하가 동고동락하듯 기업인들에게도 이같은 정신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노사관계가 원만히 해결되면 경제안정의 기초가 되고 이것이 모 사회안경의 바탕이 되는 것 아닙니까.
유=나는 경제문제를 잘 모르지만 자유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남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아야 될 것 같아요. 더구나 우리는 준전시하에 살고있으므로 다른 나라와 똑같은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 것 같아요.
최=사회불안의 원인도 서로간의 아집과 곡해가 원인이 아닙니까. 사회관·국가관을 앞에 놓으면 서로가 좀더 부드러워질 것 같아요.
정=사화안정은 모든 것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 불만이나 불평이 없겠습니까마는 이 어려운 시기에는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유=우리 국민성이 너무 성급한데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를 해결하기도 전에 둘과 셋을 요구하는 것은 부리가 아닐까요. 좀 더 참고 견디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확인 안된 얘기 삼가길>
신=「6·25」당시는 우리가 군사력 면에서 북괴보다 열세였지만 지금은 우리 쪽이 우월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요새라도 내부에 붕괴가 있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군이 38선등 외곽을 튼튼히 지켜줘도 내부혼란이 생기면 큰 위험이 생길 것입니다.
유=저도 집에 학생이 있지만 어머니들이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사회에 관해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누구나 조금씩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자녀들 앞에서는 말조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나친 비관이나 불신같은 것 말예요.
정=저도 두 아들이 다 대학생인데 「6·25」를 모르고 북괴의 포악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옛날 예기를 해줍니다.
신=학생들은 현재 배우고있는 세대이므로 졸업 후에 현실참여를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텔리비전·쇼」에서도 보면 20명이 두 패로 나누어 무슨 말을 전달할 때 뒤에 가면 엉뚱한 얘기가 나오는데 확인되지 않은 얘기는 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부모없는 자식 없듯이 국가 없는 국민이 있을 수 없습니다.
유=월난난민을 보고서 전쟁에서는 이겨야하고 국가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전쟁을 치른 세대로서 동란후 세대에게 왜 선배들이 피를 흘렸는가를 되새겨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국가관에서 세대차를 없애는 것이 중요과제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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