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공 수뇌의 미·일 방문 외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화국봉의 일본 방문과 경표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중공의 반소 연합 전선 구축 기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경표의 미국 방문은 미국의 대 중공 군사 장비 판매 문제를 마무리짓기 위한 것이고, 화·「오오히라」회동은 일본의 중공 현대화 지원 문제 및 일·중공의 대소 군사 협력 가능성의 탐색을 주목적으로 한 것이라 한다.
미국은 이미 중공을「나토」의 첫 번째 가맹국쯤으로 간주한다 하니, 이번의 회동에서 미국의 통신 장비·「컴퓨터·」조기경보 「레이더」를 중공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 일단 결말지어 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대 중공 군사 장비 판매를 둘러싸고 그동안 미국 조야 에는 상당한 논란이 있었으나 소련의「아프가니스탄」침공이 감행된 이후로는 『판매하자』 는 쪽의 주장이 훨씬 강해졌던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일본의 경우에도 동일하여 화국봉의 대소 공동 대처 주장과 일본 자위력 증강 권유는 적잖은 공명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도 소·중공 그 어느 한쪽에만 노골적으로 치우칠 수만도 없는 처지에 있기 때문에 화의「페이스」에 전폭 말려들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나 미·일 양국은 지금 선거「시즌」에 들어가 있어 제3국과 더불어 깊은 군사적 유대를 맺을 상황이 아니며, 몇 개의 기술적 차원의 협력 문제를 제외하고는 의견 교환과 상호 양해의「만남」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소련의「아프가니스탄」침공과 일본 북방 및 서태평양 일대에서의「크렘린」해·공군력의 급증은 미·일·중공 3자의 결속을 더 촉진케 한 것이 사실이며, 일·중공 자의 대소 공동 인식 정립과 대책 숙의를 한결 쉽게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크렘린」의 일본 북방 도서 군사 기지화와 소련 태평양 함대의 항모「민스크」호 및 양용 강습함「이반·로고프」호에 의한 대마 해협 장악 기도는 일본의「핀란드」화뿐 아니라 중공 포위 목적도 아울러 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양국의 위기의식은 공통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전반적인 공동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일·중공은 필연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일·중공은「안정」과 「대화」를 희망한다는 수사학적 입장 표명에 있어서는 서로 같은 용어를 사용할지 모르나 현재의 정세 판단이나 장래에 관한 기대에 있어선 결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할 것이다.
화국봉은 한반도의 안정이 동북아 전체의 안정에 긴요하다고 말하고 이를 위해선 남북 대화가 계속 진척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를 표했다 한다.
이러한 당연 논리는 물론 화나 일본 지도층이 처음 말한 것이 아니고 우리 한국인들의 일관된 기본 입장이었으며 우리는 중공이 그것을 하루속히 받아 들여 북괴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데 일조가 돼 주기를 항상 희망해 왔었다.
그러나 중공은 아직까지도 그런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한계가 존속하는 한 중공의 한반도 안정론은 수사학으로 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점에서 중공이 진실로 동북아의 안정과 한반도의 안정을 희구한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북괴의 비현실적인 적화 노선을 우선 포기하도록 종용해야 하며 그들로 하여금 정당한 남북 대화의 장에서 평화를 추구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