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전의 새 지표 제3회 중앙 미술 대전에의 기대|『획일』보다는 다양성 추구하는 문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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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0년대의 한국 미술제는 풍성한 민전의 각축 속에서 그 역량의 저울질이 현저해 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국전조차 일단 문예 진흥원 주관 사업으로 이관됨으로써 서서히 관전의 허울을 벗어 가고 있거니와 만약 그것이 별개 법인체의 운영으로 변모된다면 기존의 민간 주도 대전들과 다를 바 없는 체제가 되기 마련이다.
오히려 민전 시대에는 대규모로서의 위세보다는 얼마만큼 알찬 내용이 되느냐에 관건이 있다 할 것이다. 과거 관전이 독주할 때에는 떠벌려 놓은 코다란 잔치의 흥청거림 속에서 기득권 위에 안주하거나 속 빈 허세에 들뜨고, 혹은 파벌과 정실에 얽매여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민전의 지향하는 바는 바로 그러한 기득권과 허세와 파벌로부터 탈피해서 한국 미술의 새로운 전개를 꾀하자는 데 있다. 다수의 웅성거림보다는 정예를 발굴하고 육성함으로써 오늘 우리 미술의 나아갈 바를 바로 잡자는 데에 민전의 지표가 있는 것이다.
물론 현대미술의 특성은 어떤 획일화한 유파나 유행만으로 집약할 수는 없는 일. 갖가지 형태의 민전을 통하여 여러 가지 실험을 베푸는 한편 방향 모색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여기에서『한국 미술의 새 시대를 연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나온 것이며, 우리 사회의 고무적인 사업으로서 몇몇 언론 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 미술 대전은 그러한 현실적 요청에 부응하여 출발됐고 금년 3회 째의 대전을 맞이한다. 현실적인 규모보다는 내용에 치중하고, 획일화하기보다는 다양한 추구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비록 서툴더라도 성실한 제작 태도를 취하는 대신 시류에 들뜬 안이한 작품에는 눈을 돌리려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좁은 미술계에서 뒤얽힌 파벌 의식을 깨뜨리기 위하여 운영위와 추진위 및 번사위를 원칙적으로 1년 임기제로 하였고, 파벌이나 정실에 얽힌 요건들이라면 최대한 제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것은 무명작가나 신인 혹은 학도들에게 충분하고 균등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며 작품 본위로 성장하는 미술 풍토를 조성하자는 데 뜻이 있는 것이다.
초대 작품에 있어서 관전과 같은 기득권을 폐기하고 지난 1년 간의 활동에 비추어 선정하는 것은 곧 작가 선정이 아닌「작품 본위」의 철저한 원칙에 입각한 새 방안이라 할 것이다.
물론 미술 작품의 경연은 결코 「스포츠」와 같은 승부「게임」 일수는 없다. 한 작품에 깃들여 있는 내면성의 평가와「테크닉」상의 가치판단은 보는 이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예술 창조란 한 때의 기발한 생각과 행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통한 피나는 노력으로 쟁취되는 것이므로 공공의 전람회(민전)란 그때그때 자기 확인과 도전의 기회에 불과하다.
동양화·서양화·조각의 3부문에 걸친 중앙 미술 대전은 미술 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순수 미술 분야에서 현대적이고 창조적인 표현 수법과 경향을 포용성 있게 취하고 있다고 일부 미술계에서 벌이고 있는 실험을 위한 실험, 행위를 위한 행위 등의 첨단적 활동보다는 한국 미술의 바탕을 착실하게 다져 가는 신선한 자업을 바람직하게 주목하고 있다.
해외의 유행을 따라 건성으로 부동하는 것은 오늘 한국 화단에서 가장 거추장스런 존재이다. 또 화보적 모작도 「터부」의 하나로 분명해졌다. 흔히 무국적이라 지탄받는 본보기가 바로 이것들이다.
중앙 미술 대전은 78년도 제1회전에서는 3부문 중 조각만이 대상을 얻었고 나머지 부문에서는 장려상에 그쳤다. 79년도의 제2회전에서는 동양화와 조각에서만 대상을 얻었고 서양화 부문에선 거듭 대상을 내지 못했다.
이러한 시상은 이 미술 대전의 착실한 발돋움을 기약하려는 심사 위원들의 조심스럽고 매서운 채점의 결과이다. 그래서 쉽게 상을 나눠주지 않는 대신 그의 성장을 계속 주시하고 뒷바라지하려는 배려가 중앙 미술 대전의 운영 방침임을 명시해 주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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