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한 노장' 조원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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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다. 적어도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이 점에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외야수 조원우(32)는 최근 몇년간 불행했다.


조원우는 쌍방울 입단 4년차이던 1997년 타율 0.321을 기록, 타격 8위에 올랐다. 이듬해에도 타율 0.311로 타격 6위에 랭크됐다. 전형적인 '똑딱이'타자인 조원우는 큰 것을 때리지는 못했으나 '타고난 3할타자'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97·98년 2년 연속 전경기 출장, 97년 한시즌 최다 희생타 신기록(32개) 등 철저한 자기관리와 높은 팀 공헌도는 그의 가치를 한껏 높여 줬다.

그러나 4년 전인 99년 5월 30일 수비훈련 중 엉덩이에 통증을 느껴 입원했고, 결국 그해 47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의 아픔은 이듬해에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00년 시즌 중 고관절 수술을 받는 바람에 고작 29경기에 출장했고, 타율은 0.221였다. 94년 프로데뷔 후 최악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재기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남보다 뒤처진다는 두려움이었다.

2001년 타율 0.244, 지난해 타율 0.269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채종범-이진영 등 어린 후배들이 쑥쑥 치고 올라왔다. 또한 지난해 시즌 중 롯데에서 조경환이 옮겨오면서 외야수 자리마저 위협받았다. 새 감독, 젊은 용사들로 올시즌 새로운 진용을 꾸린 와이번스에서 그의 자리는 가물가물해 보였다. 라이벌 조경환은 시범경기 타격왕에 오르면서 조원우는 벤치워머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조원우는 지난 1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더블헤더 등 주말 3연전에 연속으로 선발 톱타자로 출전했다. 1번 타자인 채종범이 최근 부진한 데 따른 새로운 시도였다. 물 만난 고기처럼 조원우는 15타수 7안타(1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3차전에선 2-2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결승 솔로홈런을 때려 SK의 즐거운 3연승을 이끌었다.

14일 현재 타율 0.389(18타수9안타)의 고감도 방망이를 휘두르는 조원우의 등장은 1번타자 부재로 고민했던 SK 타선에 짜임새를 갖춰줬다.

'영파워' SK를 이끄는 '젊은 노장' 조원우의 행복도 이제 막을 올렸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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