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손근찬(국립의료원·소아과)(3)풍진은 홍역 비슷하지만 증세가 가벼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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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서울 일원에서 풍진증세의 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자 보사부는 전염병주의보 제2호로 전국에 풍진주의보를 내렸다.
그 때문인지 요즘 풍진에 대한 문의와 이를 의심해서 병원을 찾는 어린이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임신부에 대한관심이 대단한 것 같다.
풍진은「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전염병으로 홍역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홍역에 비해 앓는 게 가볍다.
풍진은 아무런 증세 없이 지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증상을 보일 때는 열이 나면서 불과 몇 시간이 안되어 얼굴·몸·팔다리 등에 발진이 나타나며 때로는 목안이 붉어지는 수도 있지만 아무렇지 않을 때도 많다.
홍역에서 나타나는 입안의 붉은 반점이나 눈곱이 끼는 일은 없고 발진의 크기와 모양은 홍역과 비슷하지만 색깔이 연하고 또 그리 심하지도 않다.
또 목뒤·귀 뒤·뒷머리의 임파선이 부어서 콩알이나 포도 알 정도의 크기로 만져지는 것이 이 병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2∼3일 지나면 열도 내리고 발진이 사라지는데 홍역 때처럼 퇴색한 자리가 한동안 남는 일은 거의 없다.
풍진은 특별한 치료는 없고 대중요법과 함께 안정과 보온에 힘써야한다.
풍진은 어린이 전염병 중에서도 비교적 가벼운 병으로 병의 경과도 대개는 양호하다. 물론 뇌염이나 혈소판 감소성자반증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될 때는 예후가 아주 좋지 않지만 이런 합병증이 생기는 일은 극히 드물다.
또 임신한 무인이 임신 3개월 내에 이병에 걸리면 선천성 풍진증후군이라고 하여 귀머거리·백내장·뇌의 이상·선천성심장병 등의 기형아를 출산하는 경우가 있으나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어른의 발병 예가 극히 드물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어른이 걸리는 일이 종종 있고 그 숫자가 늘어 관심을 갖게 됐고 반대로 영아나 학령 전 아동의 발병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학령 전 어린이들이 대부분 풍진에 걸리며 수년 전 통계관찰에 의하면 영아 기가 지나면서 풍진에 대한 항체를 갖기 시작하여 입학 전에는 거의 전부가 풍진항체를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진도 모체로부터 면역을 받으므로 생후 몇 개월간은 걸리지 않으며 한번 앓고 나면 종성면역이 생겨 다시는 걸리지 않게 된다.
풍진에 대한 예방접종권장은 나라마다 유형이 다르다. 미국과 일본은 생후 15개월 째에 풍진「백신」의 접종을 권하고 다시 소녀 기가 되면 항체검사를 하여 재 접종여부를 결정한다. 이렇게 여성들에게만 재 접종여부를 검사하는 것은 앞에서 얘기한대로 임신 중 발병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풍진자체가 가벼울 뿐 아니라 학령 전에 이미 풍진항체를 보유하게 되므로 풍진「백신」의 일률적 접종에 대해서는 의학자사이에 이견이 있다.
다만 대한소아과학회에서는 만13∼15세 여자어린이의 검사 후 접종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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