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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건」후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지금 실시된다면 「로널드·리건」이 당선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바로 그「리건」이 공화당 후보지명전의 마지막 승자가 되었다. 「리건」을 등에 업은 공화당의 정치철학은 『강력한 중앙정부』,『온건보수주의』,『공화주의』를 간판으로 내걸고 있다. 이런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북부의 애국적인 실업가들에 의해 지지를 받아 왔었다. 온건한 보수주의란 질서와 포망을「슬로건」으로 삼고「소시민적 안일주의」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공화주의」라는 것도 자조·자유기업·경쟁·이익과 공익의 조화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미국 시민들이「리건」후보에 마음이 기울고 있는 인상을 보여주는 것은 새삼 미국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 같다. 경제불안에 의한 생활의 위기감을 극복하고, 미국의 국제적인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이다.
「리건」은 우선 나이가 많고(69세), 배우출신에 외교미숙 등 많은「핸디캡」을 갖고 있다.
더구나 그가 보수파의 대변자라는 입장 때문에 진보적인 세력들로부터의 비파도 집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갤럽」조사는 그런 단점에 무관하다는 국민들이 절반을 넘고 있었다.
「리건」의 대한정책은 역시 보수적이다. 그는 일찌기 주한미군의 철수계획을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명쾌하게 반대했었다. 오히려 이 지역(극동)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어느 대통령도 실제로 정책결정에 임하면 변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리건」의 기본입장은 우리의 눈에는 건실해 보이는 면드 있다.
하지만 미국은「여론의 정치」라는 「룰」 에 민감하기 때문에 「부변의 철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대통령을 움직이는 것은 대통령 자신도, 그 누구도 아니고 국민들인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보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조화작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공화당의 경쟁이 그렇고, 후보 개개인의 성향과 국민들의 선호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탄력성이 미국을 지탱해 주는 저력인 것도 같다. 이를테면 정·반·합의 논리가 수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국민의 불만·불안을 흡수하고, 새로운 포망과 기대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타산의 눈으로 보면 비용도 많이 들고, 성급한 눈으로 보면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러나 국민들은 참고 견디며 오히려 그것을 축제로 받아들이고 지도자들은 그것을 맞추어 자신의 역량과 철학을 연마하고 있다. 부러운 일면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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