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의 파고들기 흑31,3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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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국
[제2보 (23~39)]
白·趙漢乘 6단 | 黑·柳才馨 6단

프로들에게 던져보는 몇가지 질문.

-현대의 고수들이 예전의 고수보다 강할까.

"그렇다."

-바둑은 계속 강해지고 있을까.

"그렇다."

-바둑의 신과 인간 최고수의 치수는.

"아마도 두점이 아닐까. 석점은 제아무리 신이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선으로 두는 것은 인간이 안될 것 같은 느낌이다."

두점은 고수들의 세계에선 6단계 정도의 차이를 말한다. 아직도 인간은 그 정도의 깨달음을 거듭해야 신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바둑에서 최고수들도 모르는 부분이 무척 많은 것을 보면 이런 해석에 공감이 간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에 대해서도 명쾌한 결론은 없다. 23 젖히면 24 따내고 그때 25, 27로 차단하는 수순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니까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누가 유리한가 물으면 "모르겠다"고 한다.

실리와 세력의 갈림이어서 취향에 따라 선택할 뿐 유불리는 따질 수 없다. 28과 29는 모두 기막힌 요소다.어느 곳이 더 클까.

김수장9단은 "백28은 쌍방 마주보는 곳"이라며 당연히 28쪽이라고 손을 들어준다.

'참고도1'처럼 백이 1을 선택하면 흑은 2로 벌린다. 이때 백세력은 길게 늘어서 있을 뿐 그 엄청난 투자가 흑2로 인해 공허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29도 백△ 한점을 제압하며 하변을 키우는 기분 좋은 곳. 흑의 유재형6단은 실리에서 한발 앞서는 느낌이다.

하나 곧바로 등장한 흑31에 "초점을 벗어난 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임선근9단 등은 '참고도2'의 흑1과 같이 평범하게 두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했다. 31은 응수를 물은 것인데 조한승6단이 손을 빼자 좀 머쓱해졌다.

柳6단은 내친김에 33으로 돌입하여 상변을 통째 지우자고 나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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