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 휩쓰는 보수 물결타고 백악관을 노리는 「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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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돌발적인 사태가 없는 한 오는 11월 4일의 미국 대통령 선거전은 민주당의 「카터」와 공화당 「리건」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1∼2주일내로 공화당 지명권 획득에 필요한 대의원을 모두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로널드·리건」(69)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며 그의 정치적 배경은 어떤 인물인가.
대학시절 그는 학생회장을 하면서 멋진 연설을 곧잘 했고 수영과 「풋·볼」 등 「스포CM」에도 만능이었다.
청년 「리건」의 꿈은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었으나 대학을 나온 후에 배우로 진출할 기회를 못 만나 지방방송국의 「스포츠」담당자로 취직했다.
그러나 끈질긴 영화배우에의 집념을 불사른 덕분에 26살때인 1937년 그는 대망의 「할리우드」에 진출, 영화에 출연하는 소원을 성취했다.
40년에 첫 번째 부인「제언」여사와 결혼, 두 자녀를 두었으나 46년「리건」이 육군대위로 2차대전에 참전하는 동안 「트러블」이 생겨 결혼 8년 만에 이혼하고 말았다.
배우생활 20년동안 그는 51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57년 그가 출연한 마지막 영화에서 공연했던 여배우 「낸시」와 재혼했다. 57년 일선 배우생활을 청산한 「리건」은 그 후 14년간이나 「할리우드」 배우협회장을 지내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때 이미 그는 「반공주의자」라는 별명을 받을 만큼 보수적인 기질을 보였고 「제너럴·일렉트릭」같은 대회사의 자문역도 맡았다.
30년간을 「캘리포니아」에서 기반을 닦은 「리건」은 65년에 이르러 『정치인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곧장「캘리포니아」주지사에 출마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놀랍게도 66년 선거에서「리건」은 당시의 막강한 주지사 「패트·브라운」을 꺾고 미국최대의 주지사 자리에 올라 그 후 8년 동안 주지사로서 정치경험을 쌓았다.
76년 대통령 선거때 공화당후보로 나섰다가 「포드」전 대통령과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혈전을 벌인 것은 아직도 미국인들의 기억에 생생하다.「리건」의 정책은 한마디로 보수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는 「카터」가 이끄는 미국은 이미 자유세계의 「리더」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면서 소련에 대한 단호한 대책, 미국의 군사력 강화 등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는 소련과의 SALT (전략무기제한협정)는 미국에 불리하게 돼 있으므로 이를 백지화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이란」사태같은 것은 미국의 「허약한 외교정책」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카터」행정부가 취한 B-1폭격기 생산의 취소, 「미니트맨·미사일」 공장의 폐쇄,「트라이던트」제작연기조치 등은 모두 잘못된 것이며 긴장감 나도는 「페르시아」만에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이 포진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군의 한국주둔이나 중성자탄 배치를 포함한「나토」군 증강 등은 「리건」의 오랜 지론이며 심지어는 「이란」 의 「팔레비」나 「니카라과」의 「소모사」정권은 계속 유지시켰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대단한 보수파다.
경제문제에 관한 「리건」의 정책은 연방정부의 강제적인 최저임금제를 철폐해서 자유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 저임금자들의 반발도 무릎쓰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드리마일」도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계획에 적지않은 경계심을 보이고 있으나 「리건」은 『앞으로 핵발전같이 안전하고 값싼「에너지」는 없다』면서 적어도 서기 2000년대까지는 핵발전을 계속 추진, 석유의 굴레를 벗어나자고 호소하고 있다.
중동문제에 관해선 「이스라엘」과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주장하고 석유가격 통제는 철폐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제 앞으로의 관심은「카터」 와 「리건」과의 싸움에 쏠려 있다.
「리건]은 최근 미국전역을 풍미하고 았는 보수물결이 그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카터」를 누를 수 있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리건」은 항상 정력적으로 일하면서 그의 실수를 재빨리 인정하고 이를 고쳐 나가는 적응력이 강한 정치인이다.
그동안 「리건」은 개인기업체 고문과 지방 강연,「라디오」해설 등으로 동분서주하면서 연간 1백만「달러」(6억원)이상의 수입을 올려왔고 공식으로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지 2개월도 안돼 미국 각지로부터 6백만「달러」의 선거자금을 쉽사리 모금할 정도로 쾌조의 진군을 하고 있다.
그러나 「리건」의 최대의 약점은 그가 너무 나이가 많다는 점과 지나친 보수주의자라는 사실이다.
정적들은 만일 「리건」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는 만70세에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는데 전진과 젊음을 자랑하는 미국으로서는 너무 늙은 지도자를 맞게 된다고 꼬집고 있다.
그래서 「리건」은 지나친 보수정책을 지양하고「러닝·메이트」로는 중도 내지는 진보파 인사를 기용, 그의 약점을「커버」하려는 전략을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지금 당장 선거가 실시되면 「카터」와 「리건」이 50대50으로 막상막하의 「게임」을 예상하고 있으나 앞으로 두 사람간의 TV토론 등 정책대결을 치르고 나와야 대세의 흐름이 판가름 날 것 같다.
그러나 「카터」에게는 앞으로 국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너무나 산적해 있고 『미국인들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잃은 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잃고 있다』고 부르짖는 「리건」에게 더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상당히 유력하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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