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발견의 길|신용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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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옛날 중국 노나라 애공이라는 임금이 공자에게『어떤 사람이 건망증이 심해이사를 가면서 아내를 잊어버리고 갔다는 말이 있는데 그럴 수가 있는가』고 물었다. 공자 대답하기를『그보다 건망증이 더 심한 사람이 있으니, 아내는 고사하고 자신마저 잊어버린 사람이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서 인간상실이니 자기상실이니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되겠으나 권력적 욕망이나 물질적 욕심에 병든 정신상태로 인하여 인간본성이 상실되었다면 이것도 공자의 말대로 자기를 망각한 허수아비 인간이 아닌가.
인생의 보람과 행복이 권이나 부에 있지 않고 좀더 정신적인 높은 차원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성실한 언행과 절제 있는 생활, 그리고 단란한 화기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옛글에 복을 아낀다는 말이 있다. 내가 받은 복이라 해서 내가 몽땅 써버리면 자손에게 나눠 줄 복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은 소비를 미덕으로 알지 않고 검소한 것이 덕이 된다는 신조를 지켜왔다. 선비들이 조정에서 벼슬할 때는 백성을 걱정했고 집에 있을 때는 나라를 걱정하곤 했다. 중국 송나라때 왕증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관리가 되기 위해서 예시 회시 전시의 세가지 시험을 거쳤는데 모두 수석으로 합격하자, 그의 벗들은 그를 보고 이제 평생토록 호의호식하며 살겠다고 부러워했다. 이 말을 들은 왕증은 정색을 하며 『내 평생의 뜻은 어떻게 해야 우리 송나라가 부흥하고 백성이 잘 살수 있을까 하는데 있거늘 그 무슨 망언이냐』고 벗들을 나무랐다. 왕증은 과연 뜻을 관철해 송나라의 흥국재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유관이란 정승이 있었는데 어느 여름에 장마가 져서 비가 방안으로 주룩주룩 샜다고 그는 부인과 같이 우산으로 비를 피하면서『우산도 없는 사람이 많을텐데』하고 이웃 걱정을 했다고 한다.
오늘날 그와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우선 자기자신부터 고루거각에 잘 살수 있는 길을 택했을는지도 모른다.
백성이 가난하니 자기도 백성과 같이 가난하게 살겠다, 권세를 써서 치부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양심과 진실을 존중하고 권과 부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그 태도는 만고에 추앙할만한 일이 아닌가!
물체가 바르면 그림자도 바른 것과 같이 기업주가 바르면 근로자가 바르고 근로자가 바르면 기업주도 바르며, 지도층이 바르면 국민이 바르고 국민이 바르면 지도층이 바른 법이다. 필요충분조건의 관계라고나 할까.
우리 모두 분수를 지키고 성실한 마음으로 정성어린 노력과 올바른 행동을 다한 후에 그 결과를 얻는 보람 속에서 스스로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제주도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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