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탈당한 박종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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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26사태 직후부터 공화당 탈당을 생각해왔지만 시기를 택하느라고 미루어 왔다. 이제는 당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됐고 나도 주변정리를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어 결심을 한 것이다』-13일 공화당탈당선언과 함께 자신의 개인재산에 대한 공개조사를 요청한 박종규의원은 당분간 체육회 일에만 몰두하겠다고 말했다.
▲탈당시기를 현 시점으로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 유신체제에서 요직을 맡고 있었다는 이유하나로 무조건 몰아 붙이는 사회풍조가 어떤 방법으로든지 개선되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의 탈당이 어떤 계기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탈당을 결심했다. 지난4월3일「유럽」여행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계속 기회를 보아왔다.』▲공직에 있었던 사람이 스스로 재산조사를 국가기관에 요청한 일이 없었는데….
『항간에 나에 대한 갖가지 얘기가 나돌고 있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다 듣고 있다. 내가 스스로 공개를 할 수도 있지만 불신풍조에 젖어있는 현 사회에서 이것을 어느 정도 신빙성 있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그래서 지난4월3일 최규하대통령에게 사신을 보내 국가기관에서 내 재산 소유상황을 조사해 공표해 줄 것을 요청한바 있다.
권력형 부정부패 얘기가 그치지 않는 한 우리의 정치발전이나 건전한 경치풍토조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내 스스로 먼저 조사대상으로 내놓음으로써 자율정화의 계기를 만들고 앞으로는 권력형 부패니 부정이니 하는 말이 우리사회에서 종식되기를 바란다.』
▲구체적으로 자신에 대한 어떤 소문을 들었는가.
『최근 내 선거구를 다니며 당원들을 만났더니 그들이 마산수출자유지역의 3분의1, 마산기계공단의 일부, 마산의 큰 건물과 토지, 경남은행 등이 모두 나의 것이라는 소문이 있으니 우리들이 유권자들에게 해명할 자료를 달라고 하기에 깜짝 놀랐다. 심지어「마산왕국」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특히 친분 있는 일본국회의원과 재일동포들이 왔다가 「부산비치·호텔이 당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이 같은 재산공개요구가 박의원 한사람으로 국한될 성질이라고 보는가. 『다른 사람의 경우는 내가 간여할 바가 아니나 정치로 치부를 하여 공개를 할 수 없는 사람, 국민 앞에서는 엄살을 떨고 뒤로는 재산을 감추고있는 사람은 이 기회에 물러나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이 기회에 과거 권력주변에 있던 사람은 무조건 부정부패 했고 야당에 있었으면 당연히 깨끗하다는 식의 흑백논리에서 탈피해 주었으면 한다.』
▲정치인들에 대한 축재문제가 어떤 식으로 정리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나 자신의 정리문제로 공개조사를 요구했을 뿐이고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한바가 없다. 그러나 다만 새 시대를 맞아, 정계도 부패문제를 한번은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막연히 갖고있던 생각과 실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치인들이 일종의「양심선언」으로 각자 알아서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
▲탈당문제를 김종필총재나 다른 간부들과 사전협의 한 일이 있는가.
『내 독자적으로 결정했고 구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와도 협의한 사실이 없다.』
▲탈당이 정국과 공화당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봤는가.
『탈당은 나 자신 신변 정리의 일환이며 그것이 정계나 시국추이에 어떤 연쇄작용으로 파급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현재의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은.
『한마디로 홀가분하다. 과거 내가 정풍 대상으로 오르내린 일도 있어 퍽 착잡한 심정이었다. 자성과 반성의 뜻으로 탈당과 재산조사요구를 한 것이며 어떤 정치적 의도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받아들어 주기 바란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체육회 일에만 전념하겠으며 나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벗어졌다고 생각되면 다음선거에 다시 나서 국민들의 심판을 떳떳하게 받겠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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