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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이 없는 홀가분한 등교길"|―경남 밀양 무안중 전국처음으로 단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말 날겻 같아예.』
『한짐 벗고나니 등교길이 즐거워요.』
책가방 없는 등교길, 어깨를 쭉 편 남녀 중학생들은 아무것도 들지않은 빈손을 휘저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경남밀양군무안면신법리의 무안중학교.
지난달 2일부터 21개학급 1천3백명의 남녀학생들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교실 책장에 꽂아놓은채 도시락만을 들고「홀가분한」통학을 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어깨에서 무거운 짐을 벗겨준 것은 이학교 강혜수교장(59)의 결단이었다. 바로 이 고장 출신으로 자신도 40여년전 무거운 책보따리를 등에 지고 2O리길 밀양읍까지 통학했던 강교장은 옛날보다 더욱 크고 무거워진 책가방에 매달려다니는 학생들이 안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무안중학의 학구는 30리이장 떨어진 창령군부곡면에서 밀양군초동면·무안면까지 31개부탁을 포함하고있어 절반이넘는 학생들이 10여리이상을「버스」나 도보로 걸어다녀야 한다.
오전·오후 불과 2회밖에 안다니는 이 밀양읍∼무안면간「버스」에 4㎏이 넘는 가방을 든채 올라타는것은 마치 전쟁이었다. 장날이면 아예 차탈 엄두드 못낼정도. 차를 놓친 학생들은 비포장도로를 걸어 지각하기 일쑤였다. 가방만 차에 올려놓은채 몸은 못올라타「버스」회사에서 가방을 학교로 배달해주는 웃지못할 일도 많았다. 비오는 날이면 결석생만도 수십명을 헤아렸다.
『무거운 책가방때문에 발육기 학생들의 오른쪽 어깨가 평균2cm쯤 기울고 심장기능도 나빠진다….』 얼마전 신문에서 이같은 조사결과를 읽고 강교장의 결심은 굳어졌다. 부임후 4년간 궁리만해온「가방없는 등교」를 실시하기로했다. 3월중순 교무회의에서 이「아이디어」를 내놓아 교사들의 호응을 받고 4월2일을 D「데이」로 잡았다.
실시전에 설치해야할 것이 교과서와 참고서를 꽂아놓을 책장. 교사들은 박봉을 털어 교실마다 한쪽 벽에 책장을 만들었다. 공용책장을 만드는 김에 절약책의 하나로 교과서도 졸업생들로부터 물려받도록했다. 낡아 못쓰게된 헌책1천2백여권은 25만원을 들여 새것으로 바꾸었다.
책을 두고 다니면 집에서의 복습에 차질이 생길까봐 등교땐 반드시 연습장을 지참, 그날 배운것을 적어두었다. 집에 돌아가 과목별로 정리토록했다.
이 제도가 실시된지 한달도 채안돼 지각생은 찾아볼수 없게됐다. 1주일에 몇차례씩 천일여객에서 모았다 보내주던「책가방 배달」의 진풍경도 사라졌다.
학부모들과 교육청관계자들도 여러차례 찾아와 가벼운 걸음으로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보고는 흐뭇해 했다.
학교에서 12㎞떨어진 창령군부곡면학포리에서 다니는 2학년3반 이종만군(15)은『짐짝취급받는「버스」타기가 무거운 책가방이 없어짐으로써 한결 쉽게됐다』며『그동안 진절머리가 났던 지각도 하지않게돼 기쁘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8㎞떨어진 무안면 가례에서 통학하는 같은반 여학생 박정난양(16) 도 도시락과 「노트」한권을 가로·세로 20여㎝의 조그마한 배낭속에 넣어 다니면서 부터는『20리길이 절반으로 준것같다』고 좋아했다.
강교장은 이처럼 책가방 없는 등교는 평균통학거리가 10리도 넘는 우리나라 농촌학교에서는 하루빨리 보편화 돼야한다고 말했다.

<밀양=김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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