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없는 유고는 어디로|「거목」이 섰던 자리에 내우외환의 위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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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 종족간 분쟁 부추겨 뛰어들 구실 찾을지도
미-EEC선 소련 견제 위해 경제협력 등 강화
「티토」이후의「유고」에 관한 지난 30년 동안의 관심은 최근의 서남「아시아」위기, 특히 「아프가니스탄」사태와 때를 같이 하고 있어 더욱 고조되고있다. 「티토」이후「유고」가 혼란에 빠지면 소련이 개입할 것이라는 가정이 일반화 되어오던 터라「유고」의 불안은 또 하나의 미·소 연쇄개입의 긴장요소를 더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유고」가 안정을 이룩할 수 있다면 소련이 당장 손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티토」는 이를 위해 10년이 넘도록 자신의 사후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시험해왔다. 「티로」가 중태에 빠진 지난 4개월 동안 이 제도적 장치는 별탈 없이 기능을 유지해왔고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러나 많은 관측자들은 「유고」내외의 반대세력들이 결집하려면 적어도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있어 그동안의 진통이 「유고」의 앞날을 좌우할 것 같다.
「발칸」반도의 요충으로 지정학적으로 남「유럽」의 숨통을 죄고 있는 「유고」의 이단은 소련에는 전략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눈의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그 반대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는 「유고」의 독자노선이 상당한 이득이 되었다.
「유고」가 소련영향권 밑에 들어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남쪽 귀퉁이가 위협받게되면 「그리스」와 「터키」가 고립되고 「이탈리아」가 영향을 받게되는 전략적 고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유고」를 소련영향권밖에 묶어두기 위해 경제적인 지원을 강화할 것이고 EC제국은 이미 「티토」와병중인 지난 3월 난항 중이던 「유고」EC 경제협정에서 대폭 양보하는 등 서둘러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소련은 친소세력을 부추기거나 「유고」의 혼란을 부채질하여 개입구실을 마련, 30년이 넘는 「눈의 가시」를 제거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티토」는 자신의 사후 소련개입의 창구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강경 「스탈린」 노선의 친 소파들을 제거하는 한편 헌법을 개정하며 정부불안요소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다.
「유고」는 언어와 종교가 다를 뿐더러 전통적으로 알력이 심한 여러 이민족으로 이루어진 6개 공화국, 2개 자치주의 복합국가다. 「유고」의 2대 민족인 「세르비아」족과 「크로아티아」족 사이의 적대관계는 2차 대전 중에 서로 수만 명의 학살 극을 빚기도 했다.
이들 두 민족을 비롯한 28개 소수민족간의 알력도 심해 「유고」연방으로부터의 분리독립운동을 벌이는 과격파도 있다.
종교 면에서도 2천2백만 「유고」인구 중 36%를 차지하는「세르비아」족은 희랍정교계통의 「세르비아」정교를, 22%의 「크로아티아」족은 「카톨릭」을 믿고 있어서 습관이나 전통 면에서 이질적인 요소가 많다.
「티토」이후 권력의 중추가 될 군부장교들은 거의가 「세르비아」출신인데 반해 경제·문화는 「크로아티아」족이 압도하고 있으며 군부의 적은 그래서 소련이 아니라 「크로아티아」족이라고 표현될 만큼 두 민족의 반목이 심하다.
게다가 군장교의 99%가 공산당원이고 친소성향이 강해 내란이 벌어지면 「카톨릭」 교도이자 반공 적이며 친서방적인 색채가 짙은 「크로아티아」족에 총부리를 겨눌 가능성이 많다. 이 경우 「세르비아」족이 소련의 원조를 청해 개입구실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서방측의 가정이다.
그 외에도 소련이나 동구에 산재한 반「티토」 「그룹」이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소련의 개입을 요청할 경우와 현재 「불가리아」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마케도니아」공화국의 분란을 구실로 소련이 개입할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티토」 사후 민족 간의 분쟁이 폭발하여 자칫 나라가 분열 될 가능성 마저 안고있다.
게다가 연30%의 「인플레」 ,60억「달러」를 넘는 무역적자 및 3분의1이 넘는 기업의 경영부실 등 경제난에 각 지역 간의 빈부격차 확대가 「유고」의 안정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그래서 「티토」는 74년 헌법을 개정하여 연방간부회의를 신설하면서 「집단대통령제」를 도입했다. 6개 연방공화국 및 2개 자치주의 대표와, 공산당당수 「티토」 등 9명으로 구성됐던 이 간부회의의장이 국가원수직을 수행하도록 되어있는데 의장은 1년마다 윤번제로 선출하도록 되어있다. 대통령제도는 「티토」에 한해 끝나도록 되어있다.
78년에는 당 기구를 개편하여 최고 집행기구로서 야인으로 구성 된 중앙위 간부회의를 만들어 각 민족에 안배하여 회원을 임명했다. 이는 「티토」 이후의 권력투쟁을 방지하고 각 민족 간의 이해를 조정하기 위한 방안이다.
집단 대통령제의 경우 「티토」에게 한해 종신대통령을 허용하여 1년 임기의 부의장만 매년 선출해 왔다. 따라서 「티토」사후 국가원수직은 현 부의장인 군수공장 노동자 출신의 「라자르·콜리세프스키」(65)가 맡도록 되어있으나 5월 이후는 「츠비에틴· 미아토비츠」 간부회의원이 맡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이 집단 지도체제가 항구적인 제도로 확립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설사 「유고」가 각 민족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유지하더라도 결국에는 소련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집단지도체제가 와해되고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많다.
일당통치국가에서는 항상 l인 독재자의 출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1인 독재자의 출현이 각 민족 간의 화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권력투쟁으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따라 「유고」의 안정여부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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