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초등학생 김이공, 2020년 취업시장서 웃는 비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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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기 2020년 4월 서울의 한 공대 캠퍼스.가을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이공(26)씨가 과 사무실 앞 전자게시판에서 기업 채용공고를 검색하자 지나가던 친구들이 핀잔을 준다. "원하는 곳을 언제라도 골라갈 수 있는데 뭣하러 벌써 취업걱정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지난 학기 내내 각 기업체의 취업설명회가 하루가 멀다하고 열렸다. 기업마다 경쟁적으로 업계 최고 연봉과 최고 복지혜택을 제시했다. 취업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컴퓨터공학 전공 00명''바이오공학 전공 00명''시스템 개발 전문가 우대' 등 이공계 전문직 모집 일색이다. 그러나 일반 사무직.행정직은 그 속에 파묻혀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문득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5년 "모두들 이공계가 위기라고 할 때 오히려 그쪽을 택해야 한다"고 했던 아버지의 말씀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15년 후 한국의 모습을 그려본 가상 스토리다. 그러나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05~2020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고령화로 2010년께부터 노동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한다. 또 2020년에 이르면 본격적인 인력난이 닥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통신기기.반도체 등 기술집약적 산업이 성장세를 이끌어 가며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일반 제조업 등은 제자리 성장으로 인력수요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30년간 각 산업 성장률 등을 토대로 '직종별 2020년 인력수요' 자료를 내놨다.

◆ 컴퓨터 전문가는 어디서나 환영=앞으로 인력 수요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직종은 '컴퓨터 관련 전문가'다. 벤처기업의 게임 개발자부터 대기업의 운영시스템 제작자까지 모두 포함된다. 현재 16만2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이 분야 인력은 연평균 6.2%씩 증가해 2020년에는 총 45만3000여 명이 필요할 전망이다. 연구소 인력인 '과학전문가'와 '공학전문가'도 각각 5.7%, 4.9%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교육.사무직은 그대로=교육전문직은 거의 늘지 않을 전망이다. 학생 수가 줄면서 학교 선생님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사교육 시장에서도 열기가 식으면서 학원강사 수까지 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기업에서 인사.행정 등을 맡는 사무직의 증가율도 연평균 0.15%에 그칠 것으로 봤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안주엽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고숙련.고기술 직종과 저숙련.저기술 직종에서만 새 일자리가 생겨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중간한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는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 서비스직은 꾸준히 증가=지난 10년간 서비스직 취업자 증가율은 연평균 4.2%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앞으로도 증가율이 조금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2020년까지는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서비스업종에서는 제품 홍보자.내레이터모델 등을 포함한 '홍보.모델 종사자'의 증가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항공기.열차 승무원, 여행안내원 같은 '여행.운송 관련 종사자'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 직업 운동선수나 헬스클럽.에어로빅 강사 등을 일컫는 '예술.연예.경기 준전문가'도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됐다.

안 연구위원은 "10년 후 대우받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 잘나가는 분야를 택하기보다는 미래의 노동수요 전망을 보고 진로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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