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막장인생」광산촌에 후생시설 너무 허술|동원탄좌의 경우 직원합숙소·목욕장·탁구장등이 고작…|피로풀덴 술집뿐|휴일도 갈곳없어 낮잠자며 신세타령|복지시설 늘리는게 노사협조 지름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그 흔한 극장도 없다. 탄광촌에 「아스팔트」길이 뻗고 초라한 화전민의 굴피집 대신 양옥사택이 들어섰어도 막장인생 광부들을 위한것이 아니다. 땅밑 1천척의 열기속에서 하루 수천번의 곡괭이질에 파김치처럼 나른해진 몸과 마음을 달렐곳은 술집뿐이다. 술에 여자가 따르고 노름판이 벌어지며 심신은 더욱 고탈파져 땅밑 일터처럼 일상생활도 절망이다.
사북 동원탄좌의 후생복지시설은 직원합숙소(3O명수용)와 배구장1개소, 정구장2면, 탁구대2개, 당구징1개소, TV2대, 그리고 회사에서 지어 광부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사택과 공동목욕탕이 전부다.
그러나 이들시설중 사택과 공동목욕탕을 제외한 후생시설은 관리자사택이나 간부들의 관사주변에 있어 광부들은 이옹할수없는 그림의 떡.
광부 정상렬씨(36) 는 동원탄좌에서만 10년동안 탄을 캔 「베테랑」.
아침7시에 일어나 1시간동안 「칸델라」등 장비를 점검하고 8시에 땅밑으로 들어간다.
하오4시까지 8시간동안 지하1∼3km나되는 갱속에서 무게 30kg의 동발을 메고 경사15∼80도의 막장을 누비며 비오듯 땀을 흘리며 탄을 캐다 집에 돌아오기 무섭게 녹아 떨어지고만다. 부인과 얘기하기 싫을 정도로 지쳐 모든것이 귀찮아지면 자신도 모르게 발길이 주막으로 향한다.
정씨가 살고있는 사택주변에는 1백30여개의 크고 작은 술집이 들어서 막소주와 막걸리·오징어등으로 광부들을 유혹한다.
휴일에도 피로때문에 잠자며 쉬는것이 즐거움이며 동료들과 막걸리 몇잔을 들이켜고 신세타령하는것이 고작이다.
정씨는 하루일을 끝내고 무심코 침을 뱉으면 목구멍에 엉긴 탄가루가 튀어나와 이아픔을 한잔술로 달랠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여가선용이란 높은 분들의 「사치」이지 광부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탄광촌 두더지생활 10년동안 낚시·등산·독서등 취미생활은 고사하고 가족들과 얼굴을맞대고 외식·극장구경도 한번 못했다.
이같은 광부들의 단조로운 생활때문에 아내들도 늘 메마른 일상속에 불안해하고 있다.
사택촌여자들은 남편이 일터에 나간사이 공동우물가에서 회사나 노조간부들의 험담에 열을 올리기 일쑤다. 또 무료함을 달래기위한 계가 성행한다.
계종류는 화장품계·옷계·시계계·「이자 나눠먹기」·「달줄이기」등 갖가지.
후생시설의 기본인 목욕탕·사택시설도 모자라 광부소요사태가 일어난 동원탄좌 덕대탄광들은 국내 최내 민영탄광이나 이마저 갖추지 못해 직영탄광신세를 지고있다.
이뿐만 아니라 석공은 광부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지급하고있으나 군소민영탄광과 덕대광부들은 이혜택도 없다.
병이나도 의료보험혜택도 못받는다. 기업부담을 꺼려 업주들이 광부들을 의료보험에 가입시키지 않기때문이다.
사택도 석공 함백광업소광부들은 아직도 일제때 지은 낡은 집에 들어있고 또 광부사택 대부분이 비좁아 불편이 크다.
광부들은 기업주들이 임금인상 못지않게 광부들에 대한 복지후생 시설을 확충하는것이 광산촌의 노사협조에 지름길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